미국 인플레이션을 해소할 핵심 지표로 여겨졌던 공급망 문제가 실제로 미치는 영향은 작다는 분석이 나왔다.
CNN비즈니스는 17일 공급망 문제가 지난해 10월 정점을 찍은 이후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인플레이션은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금융기업 UBS는 자체 집계한 공급망 추적 지표상 지난해 10월 정점을 찍은 후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병목 현상이 이때보다 4분의 1 가량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변화에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음을 지적했다. 각 국가 간 규제책이 완화되면서 하늘길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고 취급 가능한 항공 화물들이 더 많은 용량을 비용 절감과 함께 운송할 수 있게 됐다.
또 미국의 소비 문화가 상품 중심보다 서비스 품목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아시아 일부 국가들은 감염 확산을 제한하기 위해 무역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엄격했던 규제책을 슬슬 해제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UBS는 “글로벌 배송시간지수가 크게 개선된 것은 아시아의 ‘제로 코비드’에서 벗어난 변화 때문으로 보고 있다”며 “규제가 철폐됨에 따라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상품의 가용성이 높아지고 밀린 물량이 즉시 감소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 항구의 혼잡도 줄고 있다. UBS에 따르면 하역 대기 중인 선박의 수는 지난 1월 초 절반으로 감소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지난해 9월께 인플레이션을 공급망 대란에 의한 일시적 상황으로 판단했다. 이후 입장을 바꿔 경기부양책 조기 종료와 금리 인상까지 검토 중이긴 하지만공급망 대란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은 변함없다.
최근 공급망 여건이 다소 완화됐지만 그럼에도 인플레이션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에 연준은 다음달부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리 인상의 폭을 종전 전망보다 공격적으로 올릴 것인지를 고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월 의사록을 살펴보면 연준 인사들은 공급망 문제 해결이 더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수정했다.
연준은 “(FOMC) 회의 참가자들은 대체로 수급 불균형이 완화되고 통화정책 변화에 따라 올해 안에 인플레이션이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점차 상향되며 가중될 것으로 지적하고 공급망의 역할이 퍼즐을 푸는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제로 코비드’ 정책은 특히 문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급망 문제는 상황이 나아졌다지만 아직 선적 컨테이너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운송비는 상승하는 등의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의 최고경영자(CEO) 쇠렌 스코우는 CNN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