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야욕을 막지 못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사이 분쟁을 타고 아시아까지 전쟁의 불꽃이 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휴전 없이 싸워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30일 시사 주간 타임지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랫동안 이 같은 두려움으로 살아왔다”며 “제3차 세계대전이 우크라이나에서 시작해 이스라엘에서 계속 이어지고, 아시아로 이동한 뒤 다른 곳에서 폭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쟁이 퍼지기 전에, 너무 늦기 전에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멈추도록 도와달라”며 우크라이나를 향한 관심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에게 있어서 그것(러시아와 평화협상)은 지금 상처를 다음 세대까지 열어놓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일시적 휴전을 포함한 러시아와의 협상에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동시에 “어쩌면 그것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전쟁을 마무리 짓고 싶어 하는 우크라이나 안팎의 사람은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문제다. 우리에게는 폭발적인 힘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협정으로는) 폭발을 지연시킬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러시아와 협상에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과 그 같은 방식으로 이룩한 평화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동시에 한 셈이다.
지난 2월 시작한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는 뚜렷한 군사적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러시아로부터 수복해야 할 영토가 전 국토의 5분의 1가량에 해당한다. 하지만 전 세계의 이목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쏠리면서 우크라이나는 국제적 무관심의 위협 앞에 놓이게 됐다.
개전 20개월을 앞두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가장 무서운 것은 일부 세계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익숙해졌다는 점”이라며 “미국과 유럽에서 전쟁으로 인한 피로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리고 지치기 시작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10번째 재방송은 못 보겠다’는 식으로 바라본다”고 한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 같은 강경 기조에 우크라이나 고위층 안에서도 파열음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참모는 러시아와 협상장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완고해 말을 꺼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 결과 전쟁의 향방을 바꾸려는 참모진의 일부 아이디어는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못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내부 여론도 러시아에 영토 일부 할양이 필요한 협상에는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다.
지난 침공이 시작된 이래로, 우크라이나는 공식적인 사망·부상자 수에 발표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 서방 당국은 이미 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추산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