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유진 초이'(이병헌 분)의 모델이 된 독립운동가 황기환 선생이 뉴욕에서 눈을 감은 지 100년 만에 고국 땅에서 영면한다. 극 중 유진 초이의 의병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고애신(김태리)의 마지막 대사인 “독립된 조국에서 시 유 어게인(다시 만나요)”이 현실로 이뤄지게 됐다.
국가보훈처는 황기환 지사의 유해 봉환일을 10일로 확정하고, 본격적인 유해봉환 절차에 착수했다고 4일 밝혔다.
이를 위해 5일 유해 봉환반을 미국으로 파견할 계획으로 유해가 봉환되면 정부 주관 봉환식을 거쳐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보훈처에 따르면 황 지사의 유해는 9일 뉴욕을 출발,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유해봉환길에는 2008년 황 지사 묘소를 처음으로 발견했던 장철우 전 뉴욕한인교회 담임목사가 정부의 초청을 받아 동행한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인천공항에서 유해를 영접한 뒤, 영정을 들고 운구에 나선다.
이후 운구 차량이 대전현충원에 도착하면 오후 2시부터 대전현충원 현충탑 앞에서 유해 봉환식이 거행되며, 유해 봉환식이 끝나면 독립유공자 7묘역에서 안장식이 이어진다.
유해 봉환이 성사되는 데는 10년이 걸렸다. 보훈처는 2013년부터 유해 봉환을 추진했으나 묘지 측이 유족 동의 없는 파묘를 위해선 법원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2019년과 지난해 현지 법원에 유해 봉환 소송을 제기했으나 족보나 유족을 확인할 수 있는 공적 자료가 확인되지 않아 법원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보훈처는 계속 문을 두드렸다. 뉴욕 총영사관과 함께 “2023년은 지사 순국 100주년으로 유해를 봉환해 한국인의 염원에 호응해달라”고 묘지 측을 설득한 끝에 올해 1월 31일 전격적으로 합의를 이뤄냈다.
평안남도 순천 출신인 고인은 미국 유학 중 미군에 자원입대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미국과 유럽에서 독립운동을 펼쳤다.
1919년 프랑스로 이동, 베르사유 평화회의에 참석하고자 파리로 온 김규식 선생을 도와 일제의 부당한 한국 강점을 알리는 독립 선전활동을 벌였다.
1921년 4월 대한민국임시정부 외무부 주차영국런던위원으로 임명돼 ‘영일동맹과 한국’이란 서적을 편집,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것이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 분할정책에서 비롯된 것임을 비판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임시정부 구미위원회에서 활동하다 1923년 뉴욕의 한 병원에서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사망 당시 미혼으로 유족이 없어 추서 이후에도 뉴욕의 공동묘지에 계속 묻혀 있었다.
정부는 지사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1995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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