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워싱턴에 도착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면서 기립박수를 받았던 것과 달리 미 의원들로부터 심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 의원들과 비공개회의를 가진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지지부진한 대반격전과 우크라이나의 미국 지원금품의 적절한 사용 여부에 대해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젤렌스키의 방문 목적은 미국의 자금과 무기 지원에 대한 초당파적 지지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다른 나라들의 지원도 지속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대반격전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전쟁의 앞날과 미국의 지지가 계속될 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방문 당시 민주당 소속 하원의장이던 낸시 펠로시와 달리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오래전부터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온 인물이다. 그는 젤렌스키의 방문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지원 약속을 거부했다.
그는 지난 19일 “젤렌스키는 우리 대통령이 아니다. 우리가 지원한 돈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 전쟁에서 어떻게 이기려 하는가. 미국인들이 궁금해하는 대목들”이라고 말했다.
하원과 달리 상원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지원을 지지하고 있다. 하원도 지난 7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부결시킨 바 있으나 당시 공화당 의원의 3분의 1 가량인 70명이 찬성했었다.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62%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과도하게 지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공화당 대통령 예비후보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지원을 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전쟁을 조기에 끝낼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지난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시점은 가을 대변격으로 북동부 하르키우와 남부 헤르손을 전격 탈환하는 전과를 올린 직후다. 그러나 올해 대반격전은 시작된 지 4개월째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20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에서 대반격전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미국의지지 지속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힌다. 400억 달러 이상의 무기와 장비를 지원해온 미 정부는 추가로 200억 달러 이상의 지원 예산을 의회에 요청한 상태다.
일부 미 의원들은 미국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정쟁이 깊어지면서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지난 19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 의원들을 향해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러 레스닉 국무부 부차관보는 “우크라이나 지지 결의를 보이는 것이 중국의 대만 공격을 막는 최선의 방책”이라며 “우크라이나를 포기하면 미국이 대만을 충분히 지키지 않을 것으로 중국에 알리는 꼴이다. 그런 잘못된 신호를 보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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