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워싱턴포스트(WP)가 3일 보도했다. 다음은 WP 기사 요약.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각국 정상들과 회담하던 지난해 11월 15일 새벽, 한 보좌관이 러시아제 미사일이 폴란드에 떨어져 농부 2명이 숨졌다고 보고했다.
미사일을 누가 쏜 것인지 확인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공격했다면 나토 헌장에 따라 미국 등 동맹국들이 직접 러시아와 전쟁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앤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안보보좌관과 함께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보고를 받았다.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쏜 미사일이 폴란드에 잘못 날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바이든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함께 대응을 조절합시다. 상황이 겉잡을 수 없게 번지지 않을 것임을 세상에 알려야 합니다”고 했다.
곧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를 자신의 호텔방 회의실로 초청해 함께 상황을 가라앉히기 위한 성명을 작성했다. 미사일을 러시아가 쏜 것이 아닐 것이라는 준비된 발언부터 시작했다.
위의 상황은 바이든이 외교 무대에 본능적으로 대처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외국 정상들과 긴밀하게 접촉하면서도 전혀 주저하지 않고 신중하게 조율된 메시지를 내는데 집중했다.
민주주의를 대외정책의 근간으로 삼는 독트린을 내놓은 바이든 대통령이지만 그의 외교는 일관되고 무미건조한 원칙적 외교와는 거리가 멀다.
바이든과 20년 이상 일해온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본능적으로 움직이지만 경험과 지속적인 대화, 관여, 논의, 토론을 바탕으로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으로 30년 이상을 활동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8번이나 외교 특사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그는 군지도자, 외교전문가 등을 무시하기 일쑤였고 이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하고 대실패를 겪기도 했다.
하원이 야당에 장악돼 국내 문제에서 큰 공격을 받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3년째를 맞는 임기를 외교에 집중할 전망이다. 올해 일본, 호주, 유럽, 인도, 아프리카를 방문할 예정이며 조상이 유래한 아일랜드도 방문한다.
바이든이 다른 사람이 뭐라해도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면서 밀어 부친 외교 사안이 우크라이나와 아프가니스탄이다.
부통령 시절부터 블라디미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삼키려는 야심을 가졌다는 것을 잘 알게 된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도록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반면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갑작스럽게 미군 철수를 강행한 것은 최악의 실패로 간주된다.
또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소득도 없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협력을 도모했다며 비판한다. 또 이란 핵합의 복원이 진전되지 못하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크리스 머피 민주당 의원은 바이든이 풍부한 경험 때문에 상황을 쉽게 낙관하다가 역풍을 맞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큰 반발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아프간 철수를 결행한 것은 세상이 자신이 옳다는 것을 인정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외국 정상들과의 개인적 관계 형성에 집중하는 점이 두드러진다. 이 때문에 면전에서 미국의 대외 정책을 비판하는 외국 정상들이 자국 정치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옹호하는 일이 잦다.
개인적 관계에 의존하는 외교 방식 때문에 낭패를 본 적도 적지 않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공개적으로 경멸한 일이 대표적이다. 보좌관들이 사우디는 무시하기엔 너무 중요한 나라라고 설득해 결국 그를 만나긴 했지만 어색하게 주먹 인사만 나누었고 사우디는 이후 미 중간 선거를 앞두고 유가를 인상하는 등 여러 차례 미 정부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개인적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도 바이든 외교의 특징이다.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민주당 상원의원이던 바이든에게 모아마르 가다피 리비아 통치자를 만나 핵포기를 설득하도록 요청했다. 가다피가 찾아온 바이든을 장시간 기다리게 한 뒤 나타나 “너무 바쁘다”고 하자 바이든은 곧장 “알았다. 그럼 가겠다”고 돌아서 가다피를 놀라게 한 적도 있다. 가다피가 간신히 바이든을 말렸고 두 사람은 3시간 동안 회담을 했다.
부통령 시절 남미를 방문해 현지 지도자가 왜 미국은 자국 정부를 지원하지 않고 민간단체나 기업들만 지원하느냐고 항의하자 “부패했기 때문”이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대통령이 된 뒤로는 보좌관들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히는 사안들을 불쑥 정해진 걸로 발표한 일도 여러 번이었다.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 “우크라이나는 지금 F-16이 필요없다”고 답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한 정치자금 모금행사에서 불쑥 러시아의 핵 위협이 “60년 만에 핵재앙을 연상”시킬 정도로 심각한 핵위협이라고 말해 보좌관들을 놀래켰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핵 위험이 없다고 말하는 상황이었다.
지난 달에는 곧 시진핑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불쑥 공개했다. 보좌관들이 모호하게 답변함으로써 바이든이 시진핑에게 목을 매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한 사안이었다.
바이든은 보좌관들과 치열한 토론을 벌여 보좌관이 대통령이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갖게 했지만 실제로는 보좌관의 의견을 받아들인 경우도 많다.
전체적으로 본능에 의존하는 바이든의 외교정책은 일관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지도자들이 카드를 손에 쥐고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다가 다수 의견에 가담하는 스타일이지만 바이든은 그와는 정반대다.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