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중간선거 상원 경쟁에서 펜실베이니아주 존 페터맨 후보의 승리만큼 집권 민주당에 국면전환의 계기와 기쁨의 환호성을 일으킨 소식은 따로 없었다.
개표에 들어간 지 5시간이 지난 9일 새벽1시 조금 지나 CBS 방송이 제일 먼저 페터맨의 당선을 확신하는 당선 ‘콜’을 냈다. CNN과 AP 통신이 조금 늦게 이를 이어받았는데 당시 개표 진행율은 93%였고 256만 표의 페터맨이 50.0% 득표율로 공화당의 메멧 아즈 후보를 2%포인트 앞서는 상황이었다.
페터맨은 민주당후보들이 그러듯 사전투표분이 발표되는 초반에 아즈를 완전히 압도했으나 이 ‘블루(민주당) 신기루’ 현상이 꺼지면서 표차가 줄기차게 줄어들기 시작해 개표 4시간 무렵에는 역전 가능성까지 제기되었다. 35명의 상원 선거전에서 30명이 당선 결정되어 당선 향방을 가리기 어려운 5명만 남아있는 종반 상황이었다. 이때 갑자기 페터맨의 당선 콜이 울린 것이다.
당선자가 가려진 상원 30개 상원 선거전은 모두 현역이 재선되거나 같은 당 후보가 승리해 긴박한 개표전 속에서도 이변은 하나도 없었다. 표차 감소가 중지되고 2%포인트의 우세가 이어지자 언론 분석팀이 페터맨이 당선될 것으로 확신하고 당선예측자로 발표한 것인데 역전패할 수도 있던 페터맨이 31번째 당선자이자 첫 이변 당선자였다.
즉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던 의석을 민주당이 빼앗은 것이다. 또 패터맨의 당선 콜과 함께 상원에서 민주당이 최소한 50석의 기존 의석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여러 정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패터맨은 민주당으로서는 48명 째 상원 확정자였는데 순식간에 여러 언론에 의해 애리조나주, 네바다주 및 조지아주 등 3곳에서 민주당이 결국 승리할 것으로 예측된 것이다. 이 순간 공화당은 48명 째 의원이 알래스카주에서 확정되었고 오로지 위스콘신주 한 곳이 승리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잘해야 49명에 그쳐 민주당의 상원 다수당 지위가 2년 더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페터맨의 당선 예측 콜은 이처럼 특별하고 극적인 상황에서 나왔다. 이에 맞게 페터맨은 극적을 사연을 가진 후보였다. 키가 2미터터인 데다 53세 나이의 펜실베이니아주 부지사 명함에 아랑곳하지 않고 타투 문신에다 청년들이 즐겨입을 후드티와 반바지 차림이었다. 하버드대를 나와 개혁적 민생 정치를 펴기 위해 펜 주의 가난한 광산도시 시장으로 일했다.
페터맨은 민주당 경선에서 상원의원 후보로 결정된 뒤인 5월13일 뇌일혈, 중풍 발작을 일으키고 말았다. 반신불수는 아니나 말을 원활하게 발음하지 못하고 낱말을 순서대로 배치하지 못하는 청각장애의 중풍 환자가 되었다. 라이벌 공화당 경선 후보 아즈는 신경과 의사로 돈많고 유명한 방송진행인이었으며 트럼프의 전적인 지원 덕에 공화당 후보가 될 수 있었다.
아즈는 경선 전까지 뉴저지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생활해 펜 주와는 아주 연관이 없다는 큰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페터맨의 중풍 발작으로 이 약점이 가려지는 덕을 보게 되었다. 민주당 내에서 후보 교체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페터맨이 완주를 강력히 주장했다. 진보적 신문들은 걷는 데는 문제가 없으나 대화할 때 자막처리 장치를 봐야하는 온전치 못한 페터맨을 이상하게 보지말고 이번 기회에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되돌아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페터맨은 투표 스무날 전 말 잘하는 의사출신 방송인 아즈와 공개 토론전을 가졌다. 두 후보간 차이가 선명했으나 페터맨이 영패한 것만은 아니었다. 어떤 진심이 전달되었다.
민주당의 중간선거 영웅이 된 셈인 페터맨은 당선 콜 직후 어눌하지만 확실한 어투와 진심이 담긴 말로 당선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