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과 유사한 영장류인 보노보 무리에서 암컷이 동맹을 통해 크고 공격적인 수컷보다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4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바버라 프루스 박사와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 생물학’에 수십 년간 밝혀지지 않았던 보노보 계층 구조의 비밀을 알아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수컷 보노보는 암컷보다 확실히 크다. 그러나 다른 종들과 달리 보노보는 식사 순서나 짝짓기 시기를 결정할 때 암컷이 주도권을 잡는 경우가 많다.
또 수컷 보노보가 다른 개체가 먹이를 먹을 때 나무에 뛰어올라 가지를 흔들며 방해하면 무리의 암컷들은 수컷을 발로 차고, 쫓아가며 소리를 지른다.
이렇듯 보노보의 계층 구조에서 암컷이 수컷보다 상위에 위치하는 이유는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 그러나 연구를 통해 암컷 보노보가 수컷의 공격성을 억제하기 위해 동맹을 형성해 권력을 유지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에 참여한 하버드대 마틴 수르벡 박사는 “수컷의 우위는 진화적으로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우리와 가까운 영장류에서 단순한 신체 크기와 힘이 권력을 결정하는 요소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는 인류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을 준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생물인류학자 로라 루이스는 “전 세계적으로 여성은 남성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 연구는 여성이 남성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권력을 구축하는 방법에 대한 통찰을 줄 수 있다. 보노보처럼 서로 동맹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방식이다”고 전했다.
연구진들은 연구를 위해 콩고민주공화국 열대우림에 있는 6개의 보노보 집단에서 30년간 관찰된 갈등 사례를 분석했다.
암컷의 동맹 형성 능력은 놀라웠다. 전체 동맹 중 85%는 암컷이 수컷을 집단으로 제압하는 형태였고, 수컷과 암컷 사이 약 1800건의 갈등 중 암컷이 3분의 2를 승리했다.
존스홉킨스대 크리스토퍼 크루펜예 교수는 연구가 통계적 연관성을 발견하기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한 점을 칭찬했다. 그러나 동맹 형성이 진짜 권력을 만드는지, 아니면 이미 가진 권력의 결과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더 많은 관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왜 보노보가 모든 동물 중에서도 특히 효과적인 암컷 동맹을 형성하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프루스 박사는 “진화적 계통에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종의 여성들이 남성들과 함께 권력을 쥐기 위해 협력했다는 사실은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KNEWS L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