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6월 A매치 2연전을 마무리했다. 소득도 일부 있었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표방한 ‘공격축구’에도 아직 첫 승을 거두지 못한 것처럼 해결되지 않은 점이 더욱 많았다는 평가다.
한국은 지난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엘살바도르전에서 후반 4분 황의조가 선제골을 터뜨렸지만 후반 42분 알렉스 롤단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1-1로 비겼다.
앞서 한국은 지난 16일에는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전에서는 전반 11분 브라이언 레이나에게 내준 선제골을 만회하지 못하고 0-1로 졌다.
이로써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4경기에서 2무2패에 그치며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오는 9월 유럽 원정 A매치 2연전에서 첫 승을 노려야 한다.
이번 2연전을 통해 얻은 수확은 클린스만 체제 출범 후 처음으로 최전방 공격수에게서 득점이 나왔다는 점이다.
3월 A매치 콜롬비아전(손흥민 2골)과 우루과이전(황인범 1골)에서는 미드필더가 골을 넣었다. 이번 엘살바도르전에서 최전방 공격수 3인방 중 하나인 황의조가 골맛을 봤다. 황의조는 지난해 6월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이집트와의 평가전 이후 약 1년 만에 A매치에서 득점을 올렸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 등으로 빠졌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익힌 것도 소득이다.
이번 2연전에는 지난해 카타르월드컵에서 활약했던 수비수 김민재(기초군사훈련)와 김영권(부상)이 불참했다. 손흥민 역시 탈장 수술로 페루전은 거르고 엘살바도르전에만 교체로 투입됐다.
수비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박지수와 정승현이 처음으로 발을 맞췄다. 카타르월드컵 직전 부상으로 낙마한 뒤 포르투갈리그에서 기회를 노려온 박지수와 K리그1 1위팀 울산현대 수비를 이끌고 있는 정승현이 공백을 메웠다.
손흥민이 없는 자리는 황희찬과 이강인이 채웠다. 황희찬이 빠른 발을 활용해 상대 수비를 휘젓고 이강인은 화려한 드리블과 날카로운 크로스로 득점 기회를 창출했다.
이를 통해 한국은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주축 선수가 이탈할 경우 공백을 메우고 버틸 수 있는 경험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번 6월 A매치 2연전을 통해 노출된 문제점들도 적지 않다.
클린스만 체제 출범 후 4경기에서 승리를 하지 못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들에게 어떤 경기든 승리를 목표로 삼으라고 채찍질을 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4경기 모두 무승부 또는 패배로 끝났다. 무승이 지속될 경우 팀 전체의 자신감이 하락할 수 있다.
득점력 부족 역시 짚어볼 대목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3골을 먹으면 4골을 넣겠다며 다득점 경기를 추구한다고 밝혔지만 4경기에서 한국이 넣은 골은 4골이고 허용한 골은 6골이다.
최전방 공격수의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
이번에 골맛을 보기는 했지만 황의조는 FC서울과 단기 계약이 끝나고 소속팀인 프리미어리그 노팅엄 포레스트에 복귀할지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 소속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겨우 살려놓은 득점 감각이 다시 무뎌질 수 있다.
조규성 역시 부상에 시달리다 최근에야 K리그1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규성은 유럽 이적을 원하고 있다. 이적이 성사될 경우 조규성은 팀 적응과 포지션 경쟁 등으로 안정적인 출전 기회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오현규는 소속팀 셀틱에서 여전히 교체 요원으로 뛰고 있다. 주축 공격수인 후루하시 쿄고가 건재한 가운데 오현규가 후루하시를 제치고 주전을 꿰찰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현규는 다음 시즌에도 출전 시간 확보에 매달려야 할 공산이 크다.
매 경기 실점이 이어지는 점도 불안 요소다. 김민재와 김영권이 뛰었던 3월 A매치 2연전 때도 한국은 2골씩 허용했고 이번 6월 2연전에도 1골씩 내줬다. 세트피스 수비에 약점을 노출한 점 역시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 아시안컵 같은 국제 대회에서 허용하는 세트피스 실점은 탈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2연전 결과는 한국 축구 자존심에 타격을 줬다.
수년간 유럽과 남미 등에서 한국으로 날아와 A매치를 치르는 팀들은 동북아로 온 김에 일본과도 경기를 치르고 있다. 3월에 콜롬비아와 우루과이를 부른 한국과 일본은 나란히 1무1패에 그쳤다.
반면 이번에 동북아를 방문한 페루와 엘살바도르를 상대로 한 성적은 크게 엇갈렸다. 일본은 페루를 4-1, 엘살바도르를 6-0으로 크게 이겼다. 한국은 페루에 0-1로 졌고 엘살바도르와 1-1로 비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