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해 왔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충격으로 국내 주식·외환시장이 문을 여는 오는 13일 ‘블랙먼데이'(Black Monday·월요일 증시 폭락)가 덮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금융권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상업은행인 SVB를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이번 SBV의 파산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진 워싱턴뮤추얼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인 만큼, 시장에 ‘충격파’가 크다.
특히 시장에서는 이번 SVB 파산은 새로운 악재라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VB는 지난해 말 기준 약 209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중견은행으로 미국에서 16번째로 크고, 실리콘밸리 내에선 가장 크다. 주로 스타트업 대출에 특화된 은행으로 대규모 채권 투자 손실과 뱅크런이 겹치면서 순식간에 파산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뱅크런 등 금융 시장 혼란, 신용 경색 가능성, 유사한 규모의 중견은행 연쇄 파산, 스타트업 줄도산 등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기업과 은행이라는 점에서 투자 심리에 더욱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NEW: Massive line forms outside Silicon Valley Bank in California as customers panic.
Welcome to Biden’s America. It will only get worse.pic.twitter.com/MNCQuKIc9h
— Collin Rugg (@CollinRugg) March 10, 2023
글로벌 금융시장도 SVB 사태가 일으킬 후폭풍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지난 10일 기준 24.80을 기록, 지난해 12월12일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암호화폐 시장도 악영향을 받아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한때 2만달러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뉴욕증시도 10일 폭락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 지수는 전장 대비 345.22포인트(1.07%) 하락한 3만1909.6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56.73포인트(1.45%) 하락한 3861.5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99.47포인트(1.76%) 떨어진 1만1138.89에 마감했다.
한편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확산되자 금융당국과 한국은행도 이날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관련 정례 간담회에서 SVB 사태와 이로 인한 국내금융시장 동향에 대해 집중 점검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최상목 경제수석 등은 이번 미국 SVB의 유동성 위기가 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은행 폐쇄로 확산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참석자들은 “아직까지는 이 사태가 미국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우세하다”며 “다만 글로벌 금융긴축으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외 금융시장, 실물경제 등에 대한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관계기관은 관련 상황을 24시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신속히 대응해 우리 경제의 부작용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나가기로 했다.
관련기사 실리콘 밸리 뱅크(SVB) 파산충격…워싱턴 뮤추얼 이후 최대 붕괴, 역대 두번째 규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