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가주의 공항 보안 검색대에 도착한 여행객들은 수요일 아침부터 “리얼 ID 준비되셨나요?”라는 안내문과 마주해야 했다.
7일은 20년 가까이 미뤄졌던 연방 정부의 ‘리얼 ID 법’ 시행 첫날로,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려는 미국민은 연방 기준을 충족한 신분증(Real ID)이나 여권 등 승인된 신분증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리얼 ID를 소지한 여행객들은 별다른 지연 없이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지만, 이를 갖추지 못한 일부는 불편을 겪었고 때로는 당황스러운 상황도 연출됐다고 LA 타임스는 보도했다.
LA국제공항에서는 한 여성이 교통안전청(TSA) 요원에게 “이 리얼 ID라는 게 도대체 뭘 하느냐”고 물으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도 포착되기도 했다.
TSA 관계자들은 “앞으로는 리얼 ID 없이 비행기 탑승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실제 시행 시점은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TSA의 제이슨 판타지스 연방 보안국장은 “리얼 ID 미보유자들에게도 계속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미 리얼 ID를 갖춘 이들의 여행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 15분쯤, 오렌지카운티의 존 웨인 공항에서는 첫 리얼 ID 미소지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부는 이날이 시행일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한 남성은 아메리칸항공 수하물 접수처에서 리얼 ID 필요 사실을 처음 들었다며 기존 운전면허증을 TSA 요원에게 건냈고, 요원은 “제시하신 ID는 리얼 ID가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빨간 종이를 건네며 수속을 도왔다. 해당 남성은 당황한 듯 웃으며 검색대를 통과한 뒤 급히 탑승구로 향했다.
정오 무렵, LAX의 터미널 7에서도 리얼 ID가 없는 승객들은 평균 1분 정도 대기 후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 관계자들은 리얼 ID가 없다고 해서 모두가 추가 검색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전에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여권을 제시하는 승객도 평소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TSA에 따르면 현재 전체 여행객의 약 81%가 리얼 ID를 포함한 적절한 신분증을 제시하고 있다.
리얼 ID 제도는 2005년 9·11 테러 이후 국가 안보를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연방의회가 통과시킨 법률이다. 위조 방지를 위해 주정부가 발급하는 신분증의 기준을 강화하고, 발급 절차도 까다롭게 바꾼 것이 골자다.
보안 컨설팅업체 AOC의 CEO 마이클 오루크는 “이전에는 일반 운전면허증만으로도 비행기에 탈 수 있었지만, 이는 위조 가능성이 있어 위험했다”며 “리얼 ID는 본인의 신원을 보다 철저히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안성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초기에는 여러 주정부들이 비용 증가와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해 시행이 지연됐다. 2020년까지 대부분의 주에서 리얼 ID 도입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다시 한번 기한이 미뤄졌고, 결국 2025년 5월이 최종 마감일로 확정됐다.
조지워싱턴대학교 정보시스템학 조교수 페이스 브래들리는 “연방 정부가 상향식이 아닌 하향식으로 정책을 강요하면 국민의 불신이 커진다”며, 많은 국민이 리얼 ID 대신 여권이나 다른 신분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CBS 보도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전체 주 중 절반 이상이 리얼 ID 발급률 70%에 미달했다. 캘리포니아는 운전면허증 및 신분증 소지자 중 약 58%인 1,940만 명이 리얼 ID를 발급받았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