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가 26일 텍사스의 국경 소도시 이글스 패스일대를 시찰하는 자리에서 강경한 이민정책들을 발표했다. 앞으로 남부 국경장벽을 다시 세우고 출생즉시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하며 미국 군대를 멕시코 국경너머까지 파견해서 마약조직들과 싸우게 하는 등 상당히 과격한 내용들이다.
이글스 패스는 바이든 정부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불법이민의 국경 돌파 루트로 떠오른 국경 도시이며 디샌티스는 이 것을 이민정책 발표의 현장으로 선택했다.
그가 열거한 이런 제안들은 공화당의 위시리스트에 올라있던 것들이며 과격한 새 정책 같지만 실은 매우 낯익은 것들이다. 트럼프의 과거 이민 정책을 그대로 반영한 복사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샌티스가 2024년 대선 주자들 가운데 처음으로 발표한 이 자세한 이민정책은 대부분 역풍을 맞을 확률이 높다. 관련 외국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미국내 종전 재판 판례들을 뒤집어야 하며, 심지어 헌법 내용을 수정해야 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샌티스는 이 날 연설에서 자신감을 보이면서 민주 공화 양당의 지도자들이 그 동안 그가 표현한 “이민들의 침략”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며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지역 민주당 관리들과 학교 교사, 펜타닐 마약과용으로 자녀들을 잃은 어머니들을 포함한 100여명의 청중들 앞에서 연설하면서 ” 나는 워싱턴에서 거의 수십년 동안 해마다 해마다 똑같은 얘기를 공화당과 민주당 정치인들이 되풀이 하는 것을 들었지만 누구도 이 문제를 결말을 짓지 못했다. 그 점엔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디샌티스 선거본부는 앞으로 몇 주일내에 이 정책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을 확정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디샌티스는 대선주자들 가운데 이슈 선점을 위해 이 논란 많은 이민 정책을 서둘러 발표했지만 공화당의 가장 보수적인 유권자들 조차 이 문제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민지원 시민단체 “아메리카의 소리”는 디샌티스가 “침략”운운 한 것을 두고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사용해온 용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중도파인 사람들은 최근 몇 달 동안 국경의 불법이민 급증에 대해 더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여론을 냅였다. 미국 국민 10명중 6명은 바이든의 이민 대책에 반대한다는 최근 조사( AP-NORC 여론조사) 결과도 나와있다.
하지만 디샌티스는 이런 정책으로 공화당의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를 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의 경우엔 더 그렇다.
연단에 오른 디샌티스는 “이민들의 침략”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등의 강한 발언과 함께 오바마 정부 첫번 임기 4년 동안에 추방된 불법 이민의 수가 트럼프 첫 임기 4년보다 더 많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초당적인 찬성을 기대했다.
그는 미완의 국경장벽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지금은 수많은 공화당 대선후보중 최대 라이벌인 트럼프를 겨냥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첫 임기 4년 동안에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무려 3140km에 달하는 국경 전체에 장벽을 세우려 하다가 결국 실패했다는 것이다.
TV를 통해 디샌티스의 유세를 지켜본 듯한 트럼프는 그의 국경지대 방문을 “완전한 시간 낭비”라고 표현했다.
그는 쇼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 디샌티스는 실패한 후보다. 국경 방문의 목적은 오직 내가 창안했던 강력한 국경장벽 건설정책을 되풀이 하려는 목적 밖엔 없었다. 이 국경 장벽은 내가 만든 것이고 지금까지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경선으로 존재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정적으로 변한 트럼프와 디샌티스의 정책 및 인간성에 대한 공방전은 27일 두사람이 모두 뉴햄프셔주에서 선거유세 일정이 잡혀 있어 다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들이 어느 곳에서 유세를 하든 앞으로 이민 문제는 선거 공약과 각종 메시지의 중심이 될 것이 확실하다.
트럼프는 이번 주말에도 워싱턴의 ‘신앙과 자유총연맹 총회’에서 연설하면서 자신이 수행한 미국경 역사상 최대의 이민 추방정책과 480km의 국경 장벽을 건설한 업적을 자랑하며 이번에 당선되면 더 많은 국경장벽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