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경기 침체 우려가 시장에 확산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어떻게 조정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됨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가 머지 않았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물가 안정을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경기침체 우려 vs 물가상승 압력
이번 주 연준이 공개한 3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연준 인사들이 올해 하반기 미 경제가 ‘완만한 경기 침체’에 접어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는 데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리 인상을 두고서도 일부 위원들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은행 위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확인될 때까지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으나, 결국 물가 상승 압력을 고려해 지난 3월 금리 인상이 결정됐다고 한다.
과열 양상을 보이던 미국 고용 시장이 식고 있다는 지표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2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기업 구인 건수는 993만건으로 2년여 만에 처음으로 1000만건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2~8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만1000건 늘어난 23만900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제조업 지표도 부진하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미국 경기 둔화 신호에 연준의 금리 인상이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금리 인상의 끝이 보인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인플레 지표 고무적…금리인상 멈추기엔 불충분?”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두고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계정 조정 기준 0.5% 하락해 2020년 4월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또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1년 5월 이후 최소 상승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가격 변동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 CPI는 1년 전보다 5.6% 올라 2월보다 0.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릭 룬드 컨퍼런스보드의 수석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고무적이지만 연준을 멈추게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5월 FOMC 0,25%p 인상 가능성 67.8%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둘러싼 연준 인사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시카고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은행권 위기 여파를 평가할 수 있도록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노동시장이 강세이고 인플레이션이 높다며 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선 연준이 근원 물가를 고려해 다음달 2~3일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한차례 더 인상한 후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시장은 5월 FOMC에서 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확률은 67.8%, 동결 확률은 32.2%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