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분개해 국제의용군에 자원했던 한 프랑스인이 현지의 열악한 상황으로 인해 사흘도 못 버티고 귀국한 가운데, 그가 당시 경험에 대해 “무기도 탄약도 없었다.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20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국제의용군에 자원했다 4일 만에 귀환한 알랭 베이젤(57)을 인터뷰했다.
베이젤은 “주권국가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파시스트적 침략 행위”에 분개해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에 자원했다. 12일 우크라이나 서부 야보리우 기지에 도착한 그는 하루동안 다른 지원자들과 지내면서 ‘전우애’에 흠뻑 도취됐다.
이튿날 월요일 아침 오전 5시 30분, 담배를 피우려고 건물 밖으로 나서던 베이젤은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커다란 폭발음을 들었다. 러시아의 포격이 시작된 것이다. 공격은 한 시간 가량 이어졌다.
포격이 잦아들자 한 50대 영국인이 나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모두 이해했으리라 본다. 떠날 사람은 지금 떠나야 한다”고 말했고 베이젤을 포함한 50여명이 손을 들었다.
이에 대해 베이젤은 “무기도, 탄약도, 전쟁을 치를 준비도 안된 부대에 남아 있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포격 현장에는 400여명의 의용군 지원자가 있었지만 그 중 무기를 소지한 사람은 70명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2주간 군사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은 무기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훈련을 마친 의용군 일부도 무기를 지급 받지 못했다.
베이젤이 기지를 떠나고 약 10분 뒤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이 재개됐다. 이날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당국은 35명이 숨졌다고 발표했고 러시아 국방부는 18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우여곡절 끝에 폴란드로 넘어온 베이젤은 프랑스 대사관의 도움으로 이틀 뒤 겨우 파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편 한국인으로는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대위 출신 유튜버인 이근씨를 포함해 9명이 러시아 침공 후 우크라이나에 무단 입국,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