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K9 자주포가 이집트군에 수출된다. 계약 규모는 약 2조원으로 역대 K9 자주포 수출 사례 중 최대다.
방위산업체 한화디펜스는 1일 이집트 국방부와 양국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포병회관에서 K9 자주포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K9 자주포가 아프리카에 수출되는 것은 처음이다. 이집트는 K9 자주포를 운용하는 9번째 나라가 됐다.
2001년 터키를 시작으로 폴란드(2014년)와 인도(2017년), 핀란드(2017년), 노르웨이(2017년), 에스토니아(2018년), 호주(2021년) 등이 K9 자주포를 수입했거나 수입할 예정이다.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운용 중인 K9 자주포는 1700여대다.
이집트와의 전체 계약금액은 2조원 이상으로 역대 K9 자주포 수출 중 최대 규모다.
K9 자주포는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됐다. K9 자주포는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디펜스가 10년간에 걸쳐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한 제품(1998년 개발 완료)이다.
K9 자주포는 구경 155㎜, 52구경장이다. 52구경장 자주포로는 전 세계적으로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개발됐다.
스톡홀롬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K9 자주포 물량이 48%를 차지했다. 이는 세계 최강 자주포 중 하나로 평가받는 독일 판처하우비체(PzH) 2000보다 높은 실적이다.
판처하우비체는 2002년을 끝으로 생산이 중단됐지만 K9는 생산·개량이 이뤄지고 있다. 실전 배치된 수량도 K9와 그 개량형인 K9A1이 압도적으로 많다.
K9 자주포는 1문 단독으로 TOT(Time on Target, 여러 발을 사격해 포탄을 표적에 동시에 명중시키는 방법) 사격 기능을 구현한다.
길이 8m에 달하는 포신에서 발사되는 포탄의 최대 사거리는 40㎞다. 자동화된 사격통제장비, 포탄 이송과 장전장치로 급속발사 시 15초 이내에 초탄 3발을 발사할 수 있다. 3분간 분당 6~8발, 1시간 동안 분당 2~3발 사격이 가능하다.
기존 곡사포가 사격 명령을 받으면 첫 사격까지 최단 2분에서 길게는 11분까지 걸리지만 K9 자주포는 이를 30초에서 1분으로 단축했다. K9 자주포 1문이 기존 포의 3배를 사격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자동 장전과 방열 기능을 활용함으로써 기존 견인포 대비 운용 인원이 줄었다.
K9 자주포는 1000마력 디젤엔진을 장착해 최고 시속 67㎞까지 달릴 수 있다. 산악지역이 많은 한국 지형은 물론 평원, 설원, 정글, 사막 등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 가능하다. 사격 후 신속한 진지 변환(Shoot&scoot) 전술에 최적화돼있다.
국내에서 개발한 고강도 장갑판이 적용돼 적 포병화력의 파편이나 중기관총, 대인지뢰 등에 대한 방호력을 갖췄다. 화생방전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어 생존성이 향상됐다.
K9 자주포 성능개량이 가속화되고 있다. 2018년부터 보조동력장치, 열상형 야간잠망경, 자동사격통제장치 등이 추가된 K9A1 성능개량 모델이 순차적으로 우리 군에 납품되고 있다.
이집트와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은 국내 방산업체와 정부 유관부처 간 협업으로 10여년간 추진됐다.
서욱 국방장관은 지난해 8월 이집트를 찾아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을 예방하고 K9 자주포를 소개했다. 이집트 육군 관계자는 지난해 K9 사격시범을 참관하기 위해 방한했다.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지난해와 올해에만 이집트에 5차례 방문해 이집트 대통령, 국방장관, 주요 인사들과 만났다.
지난달 이집트를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엘시시 대통령과 공식 회담 중에 K9 자주포 도입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 순방 후 국내 방산업체와 정부 대표단 중 일부가 남아 협상했다.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K9 자주포 무기체계 자체의 우수성이 월등하며 가격 대비 성능에서는 최고 수준의 무기체계이고 더불어 단순히 무기체계를 사고파는 관계를 넘어서서 기술협력, 현지화 생산 협력 및 범정부적 협력까지 같이 이뤄지고 있다”며 “한-이집트 간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서 양국 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