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비축유 방출 실현될까…가능성은 낮아져
이어지는 고유가를 잡기 위한 방법으로 미국의 전략적 비축유(SPR) 방출 가능성이 대두됐지만 16일(현지시간) 들어서는 실현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는 모양새다.
일주일 전인 9일만 해도 뉴욕상업거래소 기준 1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84.15달러를 기록했다. SPR 방출 가능성이 언급될 정도로 공급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유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상원의 민주당 척 슈머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기자회견에서 “유가상승에 대한 즉각적인 구제가 필요하다”며 “SPR 매장량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 장관 역시 SPR 방출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 생산국들에게 생산량 확대를 촉구하는 것과 함께 고려하고 있는 정부의 조치 중 하나라고 밝혔다.
SPR은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 지하 동굴에 약 6억2000만 배럴의 원유가 보관된 곳을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상공급량을 자랑한다. 모든 수입과 자국내 생산이 중단되더라도 한 달 동안 미국의 소비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양이다.
SPR 방출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를 통해 석유 공급량을 늘리고, 유가 하락 및 연방정부 수익 창출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석유 공급량이 늘어나면 수요공급의 방정식이 재조정되어 석유시장의 경색도 완화될 것이고, 트럭으로 운송되는 식품과 기타 상품에 대한 인플레이션 압력도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비축량 방출은 진정한 응급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축유는 유가 상승이 아닌 전쟁과 폭풍 등으로 인한 비상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됐기 때문에 그 목적에 따라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공급이 빠듯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기업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이 생산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컨설팅 업체인 라이스타드 에너지의 수석 석유시장 분석가 루이즈 딕슨은 “휘발유와 같은 석유제품이 아닌 원유가 저장된 SPR의 방출은 유가 하락을 불러올 수 있지만 영향은 미미하고 단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축유 방출 시 최소 짧은 기간이나마 유가가 적당히 하락될 것이라고 믿는다.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양이 방출돼야할까. 국제적 소비량이 하루 평균 1억 배럴에 달하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양이 방출돼야 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다만유가 하락과 공급량 증가 전망, 민주당 내 반대 목소리 등으로 인해 SPR 방출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낮아지고 있다.
이날 WTI는 전거래일에 비해 0.2% 내린 80.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월간 보고서를 통해 “국제 원유 공급량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하루 생산량이 15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아직 수급이 빠듯하지만 수급불균형이 완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상원의 척 슈머 원내대표는 SPR 방출 필요성을 주장한 반면 같은당 소속으로 ‘하원 2인자’라 불리는 스테니 호이어 원내대표는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