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차에 접어든 현재 미국과 우크라이나 사이에 서로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군이 점령한 영토 전부를 탈환하겠다고 고집하면서 병력을 모든 전선에 분산시키는 점이 가장 큰 불만이다.
지난달 러시아 군에게 내준 아우디우카를 우크라이나 군이 너무 오래 사수하면서 큰 대가를 치른 사례가 그중 하나다.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은 최근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신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과 통화했다. 시르스키 사령관이 미국의 자문에 응해 전략을 바꿀 것인지를 타진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미 당국자들은 시르스키 사령관이 전임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보다 더 젤렌스키 대통령 요구에 잘 따르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금도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자문을 받아들이지 않은 때문에 지난해 여름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실패했다고 본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미 의회의 반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사실상 중단된 것에 대해 크게 가슴 아파한다. 탄약이 부족해 배급하는 날이 하루하루 쌓이면서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 미 정부가 러시아를 자극할 것을 우려해 장거리 무기와 전투기 등 첨단 무기 지원에 매번 늑장을 부려온 점도 불만이다.
불만이 쌓이더라도 미국과 우크라이나 사이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기는 쉽지 않다. 서로에 대한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선 최대의 적국인 러시아의 군사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전쟁 동안 러시아군 사상자가 35만 명에 달하고 탱크 3500대 가운데 2500대가 파괴됐으며 장갑차의 3분의 1이 파괴됐다. 아우디우카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러시아군이 입은 피해도 막대했다. 병력 1만6000명과 탱크 300대를 잃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아우디우카를 사수하지 말도록 권유했다. 러시아 군의 병력과 장비에 피해를 입히는 것이 목적이 아닌 다음에야 사수할 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설득했다. 러시아가 병력과 장비 손실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승리를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곳을 공격하려다 한 곳도 공격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병력과 장비를 크게 늘리면서 우위에 선 뒤에도 전략적 철수를 거부하고 사수를 시도했다. 미 당국자들은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으면서도 겉으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라고 밝힐 수밖에 없었다.
결국 우크라이나 군은 서둘러 철수하면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아우디우카를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여름의 대반격전을 둘러싼 갈등과 닮은 점이 많다.
당시 미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 군이 1000km에 달하는 전선 전체를 지키지 말고 주전장에 집중해 요새화된 러시아군 방어선을 돌파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미국의 권고에 동조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했다. 결국 우크라이나군은 병력을 동부와 남부 전선으로 분산시켰고 대반격전이 실패로 끝났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총사령관이던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예비역 제독은 “모든 곳을 공격하려 들면 한 곳도 공격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군의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금도 군사 자문을 지속하고 있다. 한 미군 당국자는 미국이 러시아 점령 크름 반도를 장거리 공격해 크름 반도와 우크라이나 남부 사이의 러시아군 육로 연결을 차단하도록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 군당국자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하루빨리 재개하지 못하면 올해 우크라이나 군이 모든 전선에서 빠르게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