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드론 공격에 반드시 되갚아주겠다며 보복 의지를 드러냈고,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방금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마쳤다”며 “통화는 약 1시간15분 정도 이뤄졌다”고 밝혔다.
미러 정상간 통화는 지난달 19일에 이어 약 2주 만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엔 네번째 통화다.
이번 통화는 별도 예고없이 이뤄졌는데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선 긴장이 고조되는 문제 등이 논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지상에있던 항공기들을 공격한 것과 양측 모두가 벌이고 있는 다양한 공격들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좋은 대화였지만 즉각적인 휴전으로 이어질 대화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최근 공군기지에 대한 공격에 반드시 대응해야할 것이라고 매우 강력하게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100대 이상의 드론을 러시아 영토 내부로 침투시켜 공군기지 5곳에 대한 기습공격을 감행했다. 이를 통해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160를 비롯한 41대의 러시아 군용기 약 70억 달러 어치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전날 “보복은 불가피하다. 폭파해야 할 것은 모두 폭파될 것이고, 제거해야 할 자들은 제거될 것이다”며 보복 방침을 공식화했는데,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러시아가 대대적인 보복에 나설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해온 우크라이나 휴전 논의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보복 방침과 관련해 자신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이러한 반응에 반대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자신을 방관자처럼 묘사했고, 러시아의 공격적 대응이 기정사실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고 전했다.
아울러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모두에게 분노하고 있다고 참모들은 말한다”면서도 비교적 푸틴 대통령을 더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쪽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공격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푸틴 대통령에게 설명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외교정책보좌관은 이날 통화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당국의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우크라이나와 2차 평화회담 결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세히 설명했고, 관련 내용을 토론하지는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정상회담과 관련한 논의도 없었다고 한다.
다만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최고위급과 다른 수준에서 계속 소통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통화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이란과의 핵 협상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 핵무기와 관련된 결정이 시급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저는 푸틴 대통령에게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고, 이와 관련해 우리는 서로 의견이 일치했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이란과 논의에 그가 참여할 것을 제안했고, 이 사안을 신속히 결론짓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결정을 지나치게 미루고 있는 것이 저의 생각이며, 우리는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명확한 답장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아노보스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가 이란 핵협상에 협력한다면 감사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