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교황명을 ‘레오 14세’로 선택한 건 레오 13세에 대한 경의 표현일 것으로 보인다.
8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레오’라는 이름을 사용한 마지막 교황은 1878~1903년 재임한 레오 13세다.
보수적이면서 개혁가라는 양면적 평가를 받는 인물로, 외교를 장려하고 과학적 절차를 지지했다. 인권에 대한 교회의 강력한 입장도 강조했다.
특히 1891년 사회 교리인 ‘레롬 노바룸'(Rerum Novarum) 회칙을 발표한 것으로 유명하다. 산업 혁명 초기 노동자의 권리와 자본주의에 대해 고찰하며 노동자, 실향민, 빈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옹호할 것을 촉구했다.
나탈리아 임페라토리-리 맨해튼대 종교학 부학장은 뉴욕포스트에 “이 이름을 선택한 건 사회 정의를 강조하려는 메시지로 보인다”며 “사회 정의는 (교황의)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인이 교황으로 선출된 데 많은 이들이 놀랐는데, 레오 14세를 이름으로 선택한 건 레오 13세의 업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데니스 도일 데이턴대 종교학 명예교수는 CBS에 “새 교황의 특정 정신, 방향성, 비전을 나타낸다”며 “그 이름을 가진 앞선 교황이 누구였는지 봐야 한다. 교황이 추구하려는 방향에 대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세계가 가톨릭 사회 교리를 촉진하는 데 관심이 있을 수 있다”며 “가톨릭 사회 교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분열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레오'(Leo)가 라틴어로 동물 사자를 뜻하는 만큼, 힘과 용기를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에드 톰린슨 영국 가톨릭 신부는 인디펜던트에 “교황명 ‘레오’는 역사적으로 위기의 시기에 강하게 나설 교황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레오 14세가 선출 후 발코니에 등장했을 때 전통적인 교황 복장을 한 점을 고려했을 때, 가톨릭교회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려는 의지로 이름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에드워드 데저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시 대학 철학 부교수는 X에 “레오 14세가 전통적인 이름을 선택하고 전통복을 한 건 교황직에 자신을 복종시키고 과거와 연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임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레오 13세 역시 매우 보수적인 동시에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임 교황은 선출 수락과 함께 불리기 원하는 교황명을 선택한다. 일반적으로 성인이나 역대 교황 중 존경하는 인물의 이름을 선택한다.
가장 받은 선택을 받은 교황명이 ‘요한’으로, 21명이 이 이름으로 불렸다. ‘요한 바오로’까지 포함하면 23명이다. 그레고리오는 16명, 베네딕트는 15명, 클레멘스는 14명이 택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례적으로 ‘빈자의 성인’인 13세기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교황명으로 선택했다. 교황명 선택 이유를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가난한 교회를 원한다”고 설명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