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여년 간 갈등을 이어온 인도와 파키스탄이 7일(현지 시간) 서로 미사일을 주고 받는 등 긴장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전면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양국이 사실상 핵보유국인 만큼 국제사회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6년만 무력 충돌…미사일 주고 받아
AP통신 등에 따르면 카슈미르 총기 테러를 계기로 갈등을 격화하던 인도와 파키스탄이 7일(현지 시간) 미사일 공격과 포격을 주고받으며 6년 만에 다시 무력 충돌했다.
인도 정부는 이날 새벽 자국군이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9곳을 공격하는 ‘신두르 작전’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인도는 자국에 대한 테러가 예정된 9곳을 공격했다며 파키스탄 군 시설이 공격 표적이 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도 경찰은 이날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공격으로 10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군 홍보기관인 ISPR의 대변인 아흐메드 샤리프 초드리 중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인도가 6~7일 파키스탄에게 도발적인 공격을 가해 최소 26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46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양국의 사상자만 총 130명에 달했다.
파키스탄은 인도군에 대한 보복이 이뤄지고 있다며 인도 전투기 5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격추된 전투기 5기 중 3기는 인도 공군의 핵심 전력인 프랑스제 라파엘 전투기로 알려졌다.
초드리 중장은 인도 전투기 격추 사실을 밝히며 “우리 군은 짧은 시간 내 적절한 대응을 했다. 파키스탄 공군은 인도 항공기의우리 영토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키스탄은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스스로 방어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카슈미르 둘러싼 분쟁 언제부터?
가디언,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을 종합하면 1947년 8월 식민 지배를 하던 영국에게서 인도와 파키스탄은 각각 독립했다. 당시 카슈미르 지역은 파키스탄으로 귀속될 전망이었다.
그러나 당시 번왕은 힌두교도, 주민의 대다수는 이슬람교도라는 점 때문에 갈등이 확산하며 카슈미르를 차지하려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첫 전쟁이 1947~1949년 발발했다. 번왕은 카슈미르가 인도로, 주민들은 파키스탄으로 귀속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결국 유엔의 개입으로 양국의 갈등은 가라앉았다.
이후 1965년 2차 전쟁을 거쳐 현 방글라데시(옛 동파키스탄)의 파키스탄 독립을 둘러싼 1971년 3차 전쟁 후 양국은 ‘심라 협정’을 체결했다. 카슈미르 내 휴전선을 사실상 국경선인 ‘실질통제선’으로 규정했다.
그럼에도 양국의 크고 작은 충돌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특히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부분은 양국이 이후 핵무기 개발 등 군사력 증강에 나섰기 때문이다. 양국은 국제사회 승인 없이 핵을 보유한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다.
인도는 1974년 첫 핵실험을 단행했다. 1998년 인도는 두 번째, 파키스탄은 첫 번째 핵실험을 벌였다.
이후 1999년 5월부터 약 3개월 간 양국이 카슈미르를 두고 또 다시 전쟁을 벌일 때에는 국제사회가 핵전쟁으로 확전될까 두려움에 휩싸였다.
2008년에는 인도 뭄바이의 한 호텔에서 ‘뭄바이 테러’가 벌어지면서 배후를 두고 양국이 다시 갈등을 빚었다. 당시 테러의 용의자가 파키스탄 테러단체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9년 2월에는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40명이 사망하는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나면서 전면전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인도가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에 있는 테러 조직을 공습한 후 파키스탄이 인도 공군기를 격추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전면전 가능성 낮게 보는 듯…美 부재엔 우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엔 양국이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본부를 둔 보안연구센터의 임티아즈 굴 전무이사 도이체벨러(DW)에 “인도와 파키스탄 간 전면전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의 핵 능력은 전면적인 대결을 막는 큰 억지력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양국 간 ‘핵전쟁’이 벌어질 경우 인도와 파키스탄은 공격하는 만큼 큰 피해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상호 타격에 대한 공포가 전면전을 억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굴 이사는 인도와 파키스탄 간 외교 관계가 전쟁은 아니지만, 전쟁 같은 현재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인도는 파키스탄을 고립시키려고 할 것”이라며 인더스강 조약 탈퇴가 파키스탄에게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역, 비자 중단 등으로 파키스탄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게 “인도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짚었다. 이러한 조치가 인도 이익에 더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키스탄은 여전히 선택의 여지가 제한적”이라며 “국제적인 외국인 투자를 갈망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치솟고 있는 인플레이션 등 심각한 경제 위기와 싸우고 있다. 국내 극단주의 단체 등 안보 문제에도 직면한 상황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전쟁을 벌이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갈등에서 미국의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의 국제 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학 교수는 최근 영국 시사지 더 스펙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이 “매우 위험한 상황”에 있다면서 “이 두 국가는 전쟁의 역사를 가진 핵무장 국가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에는 미국이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개입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위기 관리 능력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 대통령들처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중대한 방식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전선에서 너무 바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통제 불능 상태가 돼 실제 전쟁이 일어나 핵무기가 사용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