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재 행정부 성적평가 격인 자국 중간선거를 두고 제각각의 평가를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른바 ‘붉은 물결’을 부정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의 큰 승리로 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 중간선거 이후 첫 공개 연설에서 전날 선거를 두고 “민주주의에 좋은 날이었다. 그리고 미국에 좋은 날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연설은 당초 예정된 일정이 아니었지만, 백악관이 정오께 추가 공지해 이뤄졌다.
이날 오후 6시30분 기준, 상원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총 100석 중 각각 48석씩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화당은 격전지이자 자당 몫이었던 펜실베이니아를 민주당에 내줬고, 또 다른 격전지 조지아는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
하원의 경우 현재까지 민주당이 183석, 공화당이 207석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려면 절반인 218석을 확보해야 하는데, 공화당이 불과 11석을 남겨두긴 했지만 ‘압승’에 미치지는 못하리라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국민은 그들 표를 통해 다시금 민주주의가 우리 자신이라는 점을 말하고 증명했다”라며 “언론과 전문가들이 거대한 붉은 물결을 예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 열성 지지층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거론, “그들은 공화당에서 더욱 소수”라고 지칭했다. 이와 함께 “나는 공화당 동료들과 일할 준비가 됐다”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공화당의 큰 승리’로 규정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어떤 경우에는 어젯밤 선거가 어느 정도 실망스럽지만, 내 관점에서는 매우 대승이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중간선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그간 관측돼 왔다. 공화당이 대승하면 그 여세를 동력으로 잇겠다는 것이다. 그는 선거 당일에는 “매우 위대한 밤을 보낼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가 ‘공화당 대승’과는 멀어진 상황에서, CNN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격노하며 주변인들에게 소리를 질렀다고 보도했다. 이번 선거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 입지가 좁아지리라는 분석도 이미 간간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중에 공개되는 소셜미디어에서 “누가 이보다 더 잘했는가”라고 물었다. 아울러 전날 밤에는 “가짜 뉴스 미디어가 민주당과 함께 (공화당의 성과를) 깎아내리려 모든 일을 다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각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가운데, 이번 선거가 오는 2024년 대선에 미칠 영향에도 이목이 쏠린다. 특히 두 전현직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리턴 매치’에 임할 가능성이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관련, 이날 연설 이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의 의도는 다시 출마하는 것”이라면서도 “나는 어떤 쪽으로건 서두르지 않는다”라며 추수감사절~성탄절 사이 논의를 거쳐 내년 초쯤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와 관련, CNN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향후 몇 주 이내에 가족·측근 등과 2024년 대선 관련 회의를 시작하리라고 보도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중간선거 출구조사 결과 유권자 3분의 2가 자신 출마를 원치 않는다는 지적에 “나를 지켜보라”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먼저 2024년 대선 도전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러 외신에서 이달 14~15일께 발표가 나오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결과로 일정이 변경될 수 있는지 묻는 말에 “우리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라며 “왜 뭔가를 바꿔야 하겠는가”라고 발언, 실제 출마 선언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