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사흘째인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후 첫 전화 통화를 했다. 이번 통화는 양국 정상 간 첫 공식 소통으로, 한미동맹 발전 방향과 함께 관세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부터 약 20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 통화를 했다고 강유정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애초 이 대통령 취임 첫날 곧바로 통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사흘이 지난 이날 한미 정상의 통화가 성사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시차와 여러 일정 문제를 고려해 조율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 없이 곧바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 측과 일정을 맞추기 어려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통상 한국의 새 지도자는 외교·안보 분야 첫 번째 일정으로 미국 대통령과 유선 협의를 했던 터라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앞서 2017년 5월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당일 밤에 집권 1기였던 트럼프와 통화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3월 10일 당선 수락 인사를 한 지 5시간여 만에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했다.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이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축하했고, 이 대통령은 축하에 사의를 표했다. 또한 양 정상은 서로의 리더십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앞으로 한미동맹의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특히 양 정상은 한미 간 관세 협의와 관련,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실무협상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도록 독려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 ‘방미’ 초청을 했으며, 이 대통령은 “한미가 특별한 동맹으로서 자주 만나 협의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두 대통령은 한미동맹 발전을 위한 보다 심도 있는 협의를 위해 다자회의 또는 양자방문 계기 등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만나기로 했다.
이날 통화는 친근하고 격의없는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두 대통령은 대선 과정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경험도 공유했다. 서로가 겪은 암살위험과 정치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며, 어려움을 이겨내며 강력한 리더십이 나온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양 정상은 각자의 골프 실력을 소개하고 가능한 시간에 동맹을 위한 라운딩을 갖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트럼프 모자를 선물 받은 일화를 소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관심을 표하면서 “높은 명성을 가진 이 대통령을 곧 뵙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통화는 취임에 따른 상견례 성격으로 한미 동맹의 공고함 등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다만 한미 정상 간 통화에서 주로 거론되는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압박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첫 통화부터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견제에 외교·안보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어 외교가에선 주한미군 감축이나 역할 재조정,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을 언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대통령실도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변인은 “오늘 통화는 한미 관계 당면 현안 논의는 물론, 정상 차원 신뢰와 우의를 쌓은 계기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정상통화가 한미 양국 간 신뢰와 협력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한미동맹을 한층 더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