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최측근으로 통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간 관계가 파국을 향해 가는 모습이다. 5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를 공개 비난한 후, 양측은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서로를 향해 가시돋친 말을 쏟아냈다.
머스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비판하는 영상에 대해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대선에서 졌다.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했을 것이고, 상원은 공화당이 51대 49가 됐을 것”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러면서 “배은망덕하다(Such ingratitude)”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재진 앞에서 “일론이 없었어도 (대선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했을 것이다”, “그에게 매우 실망했다. 그는 이 법안(감세안)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고 자신을 공격하자 다소 격한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머스크는 법안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 주장에 대해서도 “거짓”이라며 “이 법안은 한 번도 제게 보여진 적이 없고, 한 밤중에 너무 빨리 (하원에서) 통과돼 의회에서도 거의 아무도 읽어보지 못했다”고 적었다.
또한 대통령이 되기 전 책임 재정을 강조했던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모아놓은 게시글을 공유하며 “이 사람은 어디로 갔나”고 비꼬았다.
나아가 “중도층 80%를 실제로 대변하는 새로운 정당을 미국에 만들어야 할 때라고 보느냐”는 설문조사를 올리기도 했다.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와 결별을 암시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가만있지 않았다. 취재진 앞에서 머스크를 비판한 후 트루스소셜에 별도 게시글을 올려 공격을 이어갔다.
그는 “일론은 점점 더 인내심을 잃게했고, 나는 그에게 떠날 것을 요구했다”며 머스크를 백악관에서 쫓아냈다는 식으로 표현했다.
이어서는 “제가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전기차를 사도록 모두에게 강요하는 전기차 의무를 없앴는데(그는 몇달 전부터 제가 그렇게할 것이란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냥 미쳐버렸다”고 비난했다.
이후 머스크도 점점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진짜 큰 폭탄을 떨어뜨릴 시간”이라며 “트럼프는 엡스타인 파일에 이름이 들어있다. 그게 그 문서들이 공개되지 않는 진짜 이유다”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하루 보내라 DJT(트럼프 대통령 이니셜)”라고 적었다.
이는 미성년자 성매매 등 혐의로 수감 중 사망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일론이 내게 등을 돌린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몇달 전에 그렇게 했어야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캠프에 참여해 적극 활동했고, 당선 이후엔 최측근으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퍼스트 버디’로 불리며 영향력을 행사했고,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대규모 정부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해 행정부 실세로 평가되기도 했다.
지난 4월 DOGE 수장직을 내려놓았고, 지난달에는 정부 특별공무원 신분도 내려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머스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황금열쇠까지 건네며 아름다운 작별을 맞는 듯했다. 머스크는 “친구이자 조언가로 남겠다”고 미래를 기약했다.
하지만 이후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대규모 감세법안이 미국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폭발해 이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매우 실망했다”며 전기차 보조금 폐지, 머스크 추천인사 거부와 백악관에 남지 못한 것 때문에 머스크가 화가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