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부당한 선물로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카타르측에서는 선물로 주기로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CNN 방송은 카타르로부터 받기로 한 보잉 747 초호화 항공기는 선물이 아닌 트럼프가 먼저 구매를 요청한 것이라고 19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 카타르가 오랫동안 구매자를 찾지 못해 판매하지 못했던 골칫거리를 마침 트럼프가 사겠다고 나서 보여줬더니, 구매가 아닌 선물로 넘겨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카타르 정부는 당초 판매를 위해 보여줬다가 미국측에서 ‘선물’이라고 자랑하는 상황에서 “동맹 국가간에 일상적인 일”이라고 석연치 않은 설명을 내놨다.
NYT는 ‘카타르의 비행기’가 구매에서 선물로 둔갑한 과정을 자세히 전하면서도 그 정확한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신형 전용기 인도 늦어지자 대체 구매 물색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에 돌아온 뒤 오래된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교체하라고 했으나 보잉사의 인도가 너무 늦어진데서 시작됐다.
정부는 2018년 보잉과 에어포스 원으로 사용될 두 대의 제트기 구매 계약을 39억 달러에 체결했다. 하지만 2024년 인도 기한을 넘겼고 트럼프 2기를 넘길 수도 있게 됐다.
현재 사용중인 전용기는 35년 전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을 태웠던 것으로 해당 기종은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데다 정비와 수리도 잦다. 10년 이상 전부터 교체를 요구해 왔으나 늦어졌다.
트럼프가 카타르가 가진 보잉 747-8기를 에어포스 원으로 사용하기로 한 것은 국방부와 백악관 군사 사무소가 나서 수주간 비밀리에 진행됐고 대통령의 중동 특사 스티븐 위트코프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대통령의 해외 여정을 감독하는 백악관 군사부는 보잉과 국방부와 협력해 전용기로 살 수 있는 모든 최신형 747 비즈니스 제트기를 검색했다.
대통령 전용기로 적시에 개조해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단 8대뿐이었다.
그중에 카타르가 수년간 판매하려고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화려한 2층 제트기도 있었다.
카타르, 구매자 찾지 못한 비행기에 미국이 구매자로 나서
카타르 국왕은 2018년 레제프 에르도안 투르키예 대통령에게 보잉 747-8기 한 대를 기증했다. 보답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카타르가 역내 라이벌 국가들과 외교 및 교통 관계를 단절하고 사실상 고립된 상황에서 카타르를 지지했다.
하지만 카타르는 또 한 대의 호화 747 제트기가 있었다.
위트코프 특사는 2023년 센트럴 파크 사우스 부동산 거래에 문제가 될 때 카타르 국부펀드의 도움을 받는 등 카타르 왕실과 교류가 있어 카타르가 가진 비행기를 문의했다.
트럼프 취임 이후 2월 15일. 카타르는 트럼프가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 때 도하에서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까지 비행기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러라고를 떠나 공항까지 차로 이동해 리무진에서 내려 카타르 왕족이 사용했던 호화 비행기를 직접 보고 첫 눈에 반했다.
이 비행기 브로셔에는 “최고 수준의 장인 정신과 엔지니어링 기술을 적용해 실내를 꼼꼼하게 꾸몄다”고 소개했다.
이 비행기는 비행 시간당 약 2만 5000달러가 필요하다. 전세 내는 데 드는 시간당 비용은 약 3만 5000달러다.
도하에서 플로리다까지 약 30시간 동안 공중에서 비행하는 왕복 비행(지상 체류 시간 제외)에만 100만 달러 가량 들었다.
카타르는 2020년부터 이 747를 팔려고 했다. 2012년 보잉에서 인도받은 이 제트기의 현재 가치는 1억 5000만 달러에서 1억 8000만 달러(약 2500억원)라고 카타르의 비행기 판매를 도왔던 항공우주 엔지니어 마크 풀크로드는 추산했다.
트럼프, 한 눈에 반한 뒤 ‘구매’에서 ‘선물’로 전환
트럼프는 비행기를 본 후 첫 눈에 반했다. 백악관 인사들은 새 도색과 몇 가지 간단한 업그레이드만 하면 연내에도 준비가 완료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인수 논의는 더욱 활발해졌다.
보잉이 인도하기로 한 신형 전용기는 빨라도 2027년이 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2월 15일 항공기를 둘러볼 무렵 항공기 인수 방안에 대한 논의의 방향은 이미 바뀌어 있었다. 고위 보좌관들 사이에서는 정부 간 매각에서 기부로 논의가 전환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공군은 이런 기증을 제안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 고위 관계자는 NYT에 카타르가 증여 방안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카타르 관리들이 정부 간 무상 이전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자발적 기부 제안에 대해 카타르는 언급을 거부했다. 카타르 정부는 이 비행기를 빨리 매각하고 싶어해 플로리다로 비행기를 보낼 때 선물이 아니라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다.
항공사들은 상업용으로 설계되지 않아 이 비행기 구매에 관심이 없다. 747 비행기는 유지 보수 및 운영 비용이 많이 들고 더 이상 생산되지 않아 부품을 구하는 것도 더욱 어려워 국가 원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없다.
미국에서 구매 의욕을 보이자 반긴 것은 이 때문이다.
‘에어포스 원’ 전환 비용과 시간 등 문제도 많아
카타르의 셰이크 모하메드 총리는 양국은 서로에게 제공하는 군사적 지원과 다름없는 일상적인 정부 간 이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20일 도하에서 열린 회의에서 비행기 기증은 뇌물이나 영향력을 매수하려는 시도라는 생각을 일축했다. 그는 두 동맹국 사이에서 일어나는 정상적인 일이라고 불렀다.
‘공짜 선물’에 대한 논란과는 별도로 이 비행기를 전용기에 맞게 개조하는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해 트럼프가 임기를 마칠 때까지 사용할 지는 의문이다.
전용기로 쓰려면 상당한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숨겨진 전자 도청 장치를 제거하고 미사일 공격이나 기타 위협으로부터 항공기를 보호하기 위한 첨단 통신 장비와 특수 시스템을 추가하는 작업이 포함된다.
전현직 국방부 관계자들은 개조 비용만 최소 1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막대하며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2027년 이후에나 사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미 진행되고 있던 전용기 개조 작업도 문제다.
보잉은 현재 사용중인 에어포스 원 전용기에 대해 5년간 개조 작업을 해왔다. 통신 기능, 미사일 방어 시스템 및 핵폭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전자기 펄스로부터 항공기를 보호하기 위한 기타 조치를 포함한 업그레이드를 실시했다.
카타르 항공기 모델인 747-8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수십 개의 작은 균열도 발견돼 수리됐다.
1월까지 공군 차관보로 재직하며 에어포스 원 사업을 감독했던 앤드류 헌터는 카타르 항공기를 기증이나 구매를 통해 받으면 연방 정부에 큰 새로운 비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펜타곤 문서에 따르면 에어포스 원의 승무원 비용만 연간 3700만 달러, 연간 총 운영 비용은 1억 3400만 달러(약 186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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