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서부와 남부를 강타한 폭풍우와 토네이도 등 악천후로 이번 주 최소 27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그 중 켄터키 주가 사망자 18명으로 최악의 피해를 입었다고 AP통신을 비롯한 미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켄터키주의 앤디 베시어 주지사는 17일 이번 폭풍우 사망자 가운데 18명이 켄터키 주에서 발생했으며 다른 10명도 병원에 입원 중이지만 중태라고 발표했다.
켄터키 주는 강력한 토네이도가 일어나 주택들을 파괴하고 차량들을 사방으로 날려 보냈으며 수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었다.
사망자 가운데 17명이 켄터키주 남동부에 자리 잡은 로렐 카운티에서 발생했고 1명은 풀라스키 카운티에서 죽었다고 소방대는 밝혔다.
소방대의 로저 레슬리 레더맨(39) 대원은 베테랑 소방관인데도 악천후와 싸우며 구조작업을 하다가 중상을 입고 위독한 상태이다.
켄터키주의 간선도로 24군데가 통행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폐쇄되었고 다시 통행을 하려면 며칠은 더 걸릴 것이라고 베시어 주지사는 밝혔다. 사망자 수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주 비상본부의 에릭 깁슨 본부장은 파괴된 집들이 수 백채에 달한다고 밝혔다.
런던 소재 주택에서 남편, 아이들 다섯 명과 함께 지하실의 욕조 안에 숨어서 대피했던 케일라 패터슨은 토네이도가 집 주변을 감싸고 포효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17일 기자들에게 말했다.
” 말 그대로 가까운 곳에서 모든 게 찢어지는 소리가 났고 사방에서 유리창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바람소리가 돌진하는 화물열차 소리 처럼 요란했다”며 그는 “정말 끔찍하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 가족들은 가까스로 살았고 집도 무사했지만, 바로 뒷집을 비롯한 모든 주택들은 날카로운 공구로 자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산산 조각이 나서 목재 기둥들과 금속판, 시멘트 덩어리로 변했고 집안의 모든 물건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수트 케이스, 소파, 페이퍼 타월 뭉치 등 온갖 생활용품들이 주변을 뒤덮었다고 패터슨은 말했다.
소방구조대는 아침까지 밤샘 구조활동을 벌이며 생존자들을 찾아 냈고 부근의 고등학교에 긴급 대피소를 마련했다. 현재 식료품을 비롯한 구호품들이 이 곳에 도착하고 있다.
미 국립기상청은 아직 수많은 토네이도에 관한 신고들의 사실관계 조사를 끝내지 못했지만 필러먼 기어슨 기상통보관은 실제로 발생했다고 말하고 있다. 자정 조금 전에 런던소재 코빈 공항 일대의 대부분 공터인 시골 지역을 통과한 토네이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주민 크리스 크로머는 전날 밤 11시 30분 토네이도 발생 30분쯤 전에 휴대전화기로 토네이도 경보를 전달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인과 애견을 태우고 자동차를 몰아서 근처에 있는 친척의 대형 저택 안의 빈 틈으로 들아가 대피했다고 한다.
자기들 집은 너무 작어서 토네이도를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토네이도가 지나갈 때 그 진동이 그대로 느껴지고 소리도 들렸다. 우리집은 지붕이 벗겨져 나가고 창문이 모두 깨졌지만 이웃 집들은 완전히 파편 더미로 변했다”고 크로머는 말했다.
“전에는 다른 지역의 토네이도 뉴스를 보면서 주민들을 동정했지만, 막상 당하고 보니 이건 초현실적이다. 지금은 살아있는 것 만 해도 정말 고마울 뿐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켄터키주는 두 달 전에도 토네이도와 강물이 범람, 도로 침수로 최소 24명이 죽고 수 백 명이 구조되는 피해를 입었다. 사망자는 대부분 차량을 타고 있다가 불어난 강물에 차가 휩쓸리면서 익사한 사람들이다.
2021년에도 폭풍우와 토네이도로 81명이 죽고 켄터키주 서부 일대의 소도시들이 초토화되었다. 2022년 여름에는 역대급 홍수가 덮쳐서 켄터키주 동부에서 수십 명이 또 사망했다.
미주리주도 폭풍우가 잦아서 해마다 약 1200개의 토네이도가 세인트루이스 부근에서 일어난다. 이런 현상은 미국 50개 주 모든 곳에서 여러 해 동안 반복되고 있다.
연구자들이 2018년 조사한 결과만 해도 “전통적인 토네이도 통로”인 오클라호마, 캔사스, 텍사스 등에서는 요즘 처럼 자주 토네이도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전과 달리 인구가 더 많이 밀집한 대도시나 수목이 울창한 중부-남부 지역에서도 폭풍우와 토네이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AP 통신은 분석했다.
켄터키주의 이번 피해는 16일에 미주리주에서 7명, 버지니아주 북부에서 2명이 사망한 악천후와 연결되어 있는 폭풍우 탓이라고 기상청은 밝혔다. 이 폭풍우는 위스콘신주의 토네이도, 텍사스주의 폭염, 시카고를 포함한 일리노이주의 대기 오염과 먼지폭풍을 불러온 원인이기도 하다고 시카고 기상당국이 X를 통해 밝혔다.
미주리주 세인트 루이스 시의 카라 스펜서 시장은 이번 폭풍우로 5000채 이상의 주택이 피해를 입어 5명이 죽고 38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그는 17일 기자회견에서 가장 피해가 심한 지역에 내려진 간밤의 야간 통행금지를 더 연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내의 100주년 기념 교회에서도 폭풍우로 일부가 파괴되면서 3명이 구조가 필요한 상태라고 세인트루이스 소방대의 윌리엄 폴리한 대장이 AP 기자에게 말했다.
이 교회에서는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던 패트리샤 페닐턴이 사망했다고 그의 며느리 스테이시 클라크가 말했다.
시내의 세인트루이스 시립 미술관에서도 갑자기 일어난 폭풍으로 관람객 15여명이 지하실로 급히 대피해 화를 면했다. 이들은 안에 숨은 채 밖에서 문짝들이 바람에 날려 가고 나무가지들이 부러져 나가는 소리와 사람들이 도망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주민 존 랜들(19)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