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가 다음주 20명 이상의 백인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을 난민으로 수용할 예정이다.
이는 미 정부가 대부분의 난민 재정착 프로그램을 중단한 상황에서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고 9일(현지시각) 미 당국자들이 밝혔다.
남아공 백인(아프리카너) 난민들이 오는 12일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며 이들은 국무부 부장관과 보건복지부 관계자들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의 환영을 받을 예정이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첫 난민들이 “대규모 재정착 노력”의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남아공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난민 프로그램이 창설된 이유를 교과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에 해당한다”며 “인종에 근거한 박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검토 지시에 따라 모든 난민 프로그램을 중단한 상태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대부분, 그리고 라틴아메리카 전역으로부터 미국으로 난민 입국이 중단된 가운데, 트럼는 인종 차별을 당한다고 주장하는 남아공 백인들을 우선 처리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국무부는 “프리토리아 주재 미국 대사관이 트럼프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중대한 조치에 대응하는 행정명령’에 따라 면접과 난민 절차를 진행해왔다”며 “국무부는 남아공 내 부당한 인종 차별의 피해자인 아프리카너들을 미국 난민 재정착 대상으로 우선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산하 난민지원 사무국은 이들에게 주택, 가구 및 기타 가정용품은 물론, 식료품, 의류, 기저귀 등의 비용까지 포함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미 정부는 남아공과 공개적으로 대립해왔다.
남아공은 트럼프의 측근인 일론 머스크가 태어난 곳으로 현재 주요 20개국(G20) 회의 순회 의장국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3월 다양성, 포용성, 기후변화를 의제로 열린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G20 외무장관 회의를 보이콧했다.
미 국무부는 또 지난 3월 미국 주재 남아공 대사가 트럼프 발언이 백인우월주의를 조장한다는 의미로 발언했다며 추방했다.
이후 미국은 남아공이 의장국으로 있는 동안 G20과의 모든 협력을 중단했다. 미국은 2026년에 G20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실은 9일 성명에서, 라마포사 대통령이 지난달 말 트럼프와 통화했으며, 이 자리에서 미국 측의 남아공에 대한 비판과 아프리카너들이 박해받고 있다는 트럼프 정부의 주장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받은 정보는 “완전히 허위”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했다.
성명은 이어 “우리의 입장은 남아공 시민 중 누구도 미국은 물론 어느 지역에서도 난민으로 분류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아공 외교부도 성명에서 “남아공 시민들의 미국으로의 ‘난민’ 지위를 통한 재정착이 전적으로 정치적 동기에 의해 추진되고 있으며, 남아공의 헌법적 민주주의를 문제 삼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남아공은 실제로는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아래에서 진정한 박해를 겪은 나라이며, 그러한 수준의 차별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미국이 내린 ‘자칭 난민 지위’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지만 남아공이 개인의 이동 및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출국하려는 사람들을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출국하는 이들이 난민인지, 망명 신청자인지, 혹은 단순한 ‘일반 시민’으로 떠나는 것인지에 대해 미국 측에 정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