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스라엘의 시리아 다카스커스 주재 이란 영사관 공습에 대한 보복 공격을 곧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 확전을 억제하기 위해 이란을 설득해달라고 중국에도 요청했다.
11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에게 전화해 이란이 보복 공격에 나서지 않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블링컨 장관은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 등과도 연이어 통화하며 이란이 보복 공격으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도록 만류해달라고 당부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누구도 긴장 고조를 원치 않는다”며 “이란이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FT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동맹국들에 이란의 보복이 임박했을 수 있다고 알렸으며, 이스라엘 직접 공격 가능성도 경고했다. 이 경우 가자지구 전쟁에 이어 중동 지역에서 긴장을 크게 고조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정보 당국은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는 건 확실하며, 며칠 내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정밀 미사일이나 드론을 동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24시간에서 48시간 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할 것으로 이스라엘이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이란 지도부 움직임에 정통한 다른 소식통은 이란 정부가 아직 최종 결정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긴장 고조에 서방에서도 이란 말리기에 나서고 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은 이날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에게 전화해 급속히 악화되는 안보 상황을 논의했다.
독일 외교부는 통화 관련 “누구도 역내 갈등 고조에 관심 있지 않다”며 “이 지역 모든 국가는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란 외교부에 따르면 압돌라히안 장관은 독일 측에 이스라엘은 국제법을 위반한 침략자라며, 이란이 정당한 방어를 행사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도 압돌라히안 장관에게 “이란은 중동을 더 큰 분쟁으로 끌어들여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압돌라히안 장관은 이스라엘의 이란 영사관 표적 공격과 미국과 영국의 침묵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호전성을 부추기고 역내 긴장을 고조시켰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은 이스라엘 공습을 받았다. 이 공격으로 군 장성 등 총 7명이 사망했다. 이란은 피습 직후 이스라엘을 규탄하며 보복 공격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전날 이란 국영 TV 연설을 통해 “영사관 공격은 우리 영토 공격과 같다”면서 “그 사악한 정권은 실수를 저질렀고, 응징해야 한다”며 보복을 재차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