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의 유일한 국무총리이자 역대 단일 정부 최장수 총리 타이틀을 갖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사퇴했다. 6·3 대통령 선거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 것이다. 정통 관료 출신의 한 전 총리가 대선 도전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총리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2022년 5월21일 윤석열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임명된 지 1077일째 되는 날이다. 앞서 단일정부 최장수 총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2017년 5월31일부터 2020년 1월14일까지 958일간 총리직을 수행한 이낙연 전 총리였다.
한 전 총리는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저는 이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직을 내려놓는다”며 “이 길 밖에 길이 없다면 그렇다면 가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극단의 정치를 버리고 협치의 기틀을 세우지 않으면 누가 집권하든 분열과 갈등이 반복될 뿐”이라며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가 여기서 멈출지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무엇이 제 책임을 완수하는 길인가 고민해 왔다”며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저의 직을 내려놓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김대중(DJ)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과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노무현(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이명박(MB)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윤석열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며 관료로서의 삶을 살아온 탓에 유력 대선 후보군에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달 윤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대항할만한 인물로 한 전 총리가 부각되면서 시선이 쏠렸다. 한 전 총리 측 관계자는 “판이 움직이면서 출마를 안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려온 것”이라고 출마 배경을 전했다.
한 전 총리는 2일 국회에서 무소속으로 출마선언을 하면서 ‘반(反)이재명 빅텐트’를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한 전 총리 측은 초당적 관점에서 국민의힘 후보뿐만 아니라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등 모든 사람에게 문을 열어놓고 단일화를 논의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이 순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각자 이해관계가 다를 수 밖에 없어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가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는 “당원이 납득할 방법으로 (단일화) 돼야하지 않겠냐”라고 했다. 한동훈 후보도 단일화 관련해서는 “말씀드릴 단계가 아니다”라며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한 전 총리가 ‘반명 빅텐트’를 만들기 위해 이러한 이견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대선 후보 등록일인 오는 10~11일 이전에 단일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등이 이번 대선 도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