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타모니카 한복판에서 첨단 기술과 일상의 평온이 충돌하고 있다. 무인 전기차를 운영하는 웨이모(Waymo)의 자율주행차 50여 대가 도심 거주지에 대거 진입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충전소 인근 주민들은 차량 후진 경고음으로 인한 소음 공해를 견디다 못해 ‘창의적 저항’에 나섰다. 일부는 도로에 고깔을 세우거나 차를 세워 웨이모 차량의 진입을 막았고, 심지어는 자신의 몸을 이용해 차량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경찰이 출동한 경우만 최소 여섯 차례에 달한다.
산타모니카 주민 대리어스 부른은 LA타임스 인터뷰에서 “처음엔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귀청이 찢어질 듯한 소음이 시작됐죠. 그때부터 악몽이 시작된 거예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 크리스토퍼 포터는 “이런 건 동의한 적 없어요”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웨이모 차량은 주간에 수차례 충전소에 들러 자동으로 후진 주차를 반복한다. 캘리포니아주 법에 따라 전기차는 후진 시 경고음을 의무적으로 내야 하며, 이에 따라 ‘삑삑’ 소리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려 퍼지고 있다. 시의 조사에 따르면 해당 소음은 법적 기준치 이내였지만, 주민들의 체감 고통은 수치로 측정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탄생한 저항 방식이 바로 ‘웨이모 쌓기(Waymo stacking)’. 차량 진입을 방해하거나 일부러 느리게 걸어 자율차의 동선을 방해하는 방식이다. 한 주민은 이러한 방해 행위로 인해 웨이모 측의 경찰 신고를 여섯 번이나 받았고, 웨이모는 법원에 임시 접근금지 명령을 요청했으나 기각됐다.
문제는 웨이모가 산타모니카 시청에 충전소 설치를 직접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제3자인 ‘볼테라(Voltera)’로부터 충전소를 임대한 구조 때문이었다. 시 대변인 로렌 하우랜드는 “제3자 계약으로 웨이모가 신고 의무는 없었다”면서도 “현재는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웨이모는 방음 대책의 일환으로 청소 장비를 조용한 모델로 바꾸고 대나무를 심는 조경 조치를 시행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부른은 “돼지에게 립스틱 바른 격”이라고 비꼬았다.
산타모니카 시 역시 캘리포니아 공공유틸리티위원회와 협의에 나섰으며, 후진음 볼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캐롤라인 토로시스 부시장은 “혁신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먼저 주민의 삶을 고려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웨이모는 현재 미국 전역에 1,500대 이상 차량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간 25만 건 이상의 유료 운행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웨이모 운영을 두고 시 정부와 갈등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올해 1월 시정부가 규제 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기각됐다.
산타모니카에서는 당분간 ‘웨이모 쌓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한 주민은 “밤 12시 넘어 또 ‘삑삑’ 소리에 잠을 깼다. 결국 다시 나가서 차량을 막았다”고 말했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