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세 필리핀계 여성 르웰린 딕슨, 25년 전 전과 이유로 입국 거부…법원 “추방 대상 아냐” 판결 후 석방
미국에서 50년간 합법적으로 거주해온 필리핀계 여성 르웰린 딕슨(Lewelyn Dixon·64)이 워싱턴대 실험실 기술자로 일하던 중, 지난 2월 말 필리핀 여행을 마치고 시애틀 터코마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던 길에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돼 3개월간 구금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오리건 퍼블릭 브로드캐스팅(OPB)과 NBC 뉴스 등 복수의 매체 보도에 따르면, 딕슨은 워싱턴주 터코마의 노스웨스트 ICE 구금센터에 수감돼 있었으며, 최근 이민판사의 판결로 석방됐다. 법원은 딕슨이 ‘추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딕슨은 14세 때 미국에 이민해 50년 가까이 미국에서 살아온 영주권자다. 과거 전과가 이번 체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2000년, 당시 은행 직원이었던 딕슨은 워싱턴 뮤추얼 은행에서 6,460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하고 30일간의 교정시설 수감 및 전액 변제 명령을 받은 바 있다. 딕슨의 변호인 벤자민 오소리오에 따르면, ICE는 이 사건을 근거로 입국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25년 전의 일이며, 딕슨은 이후 보건의료 분야에서 성실히 일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해 왔다. 딕슨의 조카 라니 마드리아가(Lani Madriaga)는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모는 가족에게도 그 일을 말하지 않았지만, 우린 알고 나서도 달라진 감정이 없다. 오히려 얼마나 성실히 살아왔는지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딕슨은 법원 판결 직후 구금센터 앞에서 가족과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끔찍한 경험이었다. 너무 붐비고, 너무 힘들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오랜 기간 시민권 신청 자격이 있었지만, 고국 필리핀의 부동산 소유권 문제로 인해 시민권을 미뤄왔다. 딕슨은 “아버지에게 필리핀 국적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석방 직후 딕슨은 시민권 취득과 직장 복귀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 이후 지속돼온 강경 이민 단속이 시민권 미취득 영주권자에게도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ICE는 전과가 있는 영주권자들까지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있으며, 덴마크 출신의 전과 없는 4자녀 아버지까지 추방 위기에 놓이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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