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로스쿨 입학 경쟁이 다시금 뜨거워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월 보도한 「The Competition to Get Into Law School Is Brutal This Year」 기사에서, “올해 로스쿨 입학 경쟁은 10년 만에 가장 치열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조지타운 로스쿨은 사상 최대인 14,000건의 지원서를 접수했고, 미시간 로스쿨 역시 166년 역사상 최다 지원 기록을 세우는 등 ‘법조계 진입 러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미국 전역 196개 로스쿨에 접수된 지원자 수는 전년 대비 2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이 다시 로스쿨 열풍을 일으켰나?
WSJ는 2024년 미국 로스쿨 지원자 수가 급증한 배경에 대해 다섯 가지 주요 요인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 테크 산업의 구조조정, 금융권의 대규모 감원, 그리고 MBA 졸업자들조차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 속에서 법조계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군으로 인식되며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둘째, 인공지능 시대에도 ‘대체 불가능한 전문성’을 보유한 분야로 법률 직종이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다.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률 분야는 자동화가 가장 늦게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인간의 판단과 해석이 중요한 법 해석 업무는 여전히 핵심 역량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지원자들은 비교적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커리어로 법조계를 선택하고 있다.
셋째, 높아진 경제적 유인도 주요한 요소로 지적된다. 뉴욕과 워싱턴 등 주요 대형 로펌들이 신입 변호사들의 초봉을 22만 5000달러 수준으로 인상하면서,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도 법학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높은 보상은 많은 지원자에게 법조계 진출을 강력한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넷째, LSAT 시험의 개편도 지원자 증가에 영향을 준 요인 중 하나다. 2024년부터 LSAT 시험에서 ‘논리 게임(Logic Games)’ 섹션이 삭제되면서 시험의 부담이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비전통적인 배경을 가진 지원자들의 유입이 활발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마지막으로, 정치적·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법조계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인종 문제, 낙태권, 총기 규제 등 다양한 사회 이슈가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서면서, 이러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법률가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 정의 실현과 공공 분야에서의 활동을 목표로 한 법조계 진출 열망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보면 이상적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지원자들이 진로 목표보다 경제 불안과 구조적 위기감에 밀려 몰려들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특히 ‘법조인은 AI에 대체되지 않는다’는 논리는 지나치게 단순하다. 이미 미국 로펌들은 문서 검토, 법률 리서치, 계약 초안 작성 업무의 AI 자동화를 도입 중이다. 결국, 시간이 문제일 뿐 법률 시장도 구조조정의 칼날에서 자유롭지 않다.

연봉 22만 달러의 착시
또한, 대형 로펌의 신입 변호사 초봉이 22만 5,000달러에 이르렀다는 보도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고수익 안정직”이라는 신화를 심어준다. 하지만 그 혜택은 상위 5% 소수 로펌에만 해당한다.
대다수 로스쿨 졸업생들은 막대한 학자금 대출을 안고 중소 로펌, 공공기관 또는 불안정한 프리랜서 경로에 진입하게 된다. 이 현실은 “법학이 투자 가치가 높다”는 통념을 허물기에 충분하다.
LSAT 개편? 지원자 진입장벽만 낮췄을 뿐
LSAT 시험에서 ‘논리 게임(Logic Games)’이 삭제되며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것도 지원자 증가에 일조했다. 하지만 이는 시험은 쉬워졌을지 몰라도, 법조계의 현실은 여전히 어렵고 복잡하다.
시험 문턱이 낮아진 것과 직업의 지속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다. 진입은 쉬워졌지만, 생존은 여전히 치열하다.
사회 정의 실현이나 공공 분야 진출을 지원 동기로 내세우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WSJ가 인용한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공공 법률 분야는 낮은 임금, 과중한 업무, 승진 구조의 불투명성이라는 장벽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진심이든, 자기 합리화든, 현실에 부딪힌 이상주의는 소진되기 마련이다. 특히 법조계는 윤리적 사명감 못지않게, 경제적 현실과 냉정한 전략이 필요한 영역이다.
로스쿨은 안전지대가 아니다
로스쿨 진학 열풍은 분명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이 흐름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불안이 몰아가는 ‘집단적 반응’에 가깝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우리에게 남긴다:
“당신은 법을 진심으로 공부하고 싶은가, 아니면 지금의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고 싶은가?”
이 물음에 답할 수 없다면, 로스쿨은 결코 당신에게 안정과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