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하버드대의 외국인 학생 등록 자격을 박탈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신규 유학생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존 학생들도 내보내야 한다.
하버드대는 정부 지침이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보복 칼날을 휘두른 모습이다.
국토안보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크리스티 놈 장관이 하버드대의 유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을 취소하도록 국토안보부에 지시했다”며 “이는 하버드대가 더이상 외국인 학생을 등록할 수 없고, 기존 학생들은 반드시 전학가야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지위를 상실한다는 의미”라고 발표했다.
하버드대가 ‘반(反)유대주의’ 행태를 보이고 중국 공산당과 결탁했으며, 주로 유학생들이 이러한 과정을 주도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국토안보부는 “하버드 지도자들은 반미, 친테러리스트 활동가들이 다수 유대인 학생을 포함한 개인들 괴롭히고 물리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안전하지 않은 캠퍼스 환경을 조성했으며, 한때 번영했던 학습 환경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선동가들 중 다수는 외국인 학생들이다”면서 “하버드 지도부는 위구르족 학살에 연루된 중국 공산당 준군사 단체 구성원을 초청해 훈련시키는 등 중국 공산당과 협력 활동을 조장하고 참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들이 이러한 시위를 주로 주도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는 뻔뻔스럽게도 요청된 필수 정보 제공을 거부하고, 국토안보부의 후속 요청을 무시했다”며 “놈 장관은 학생들을 보호하고 테러 동조자들이 미국 정부에게서 혜택을 얻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이번 조치 배경을 설명했다.
반유대주의와 중국 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감히 트럼프 행정부에 반기를 든 하버드의 돈줄을 끊어 무릎 꿇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하버드대 유학생은 약 6800명으로 전체 학생의 27%에 이른다. 하버드대 학비와 기숙사비, 식비를 포함하면 약 8만7000달러에 이르는데, 유학생의 경우 내국인보다 더 많은 학비를 내는 경향이 크다고 신문은 전했다.
놈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에 “하버드에게는 옳은 일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거부하고 법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이 사건이 전국의 모든 대학과 교육기관에 경고가 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하버드대가 소송으로 응수할 가능성이 높아, 이번 조치가 현실화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제이슨 뉴턴 하버드대 홍보이사는 NYT에 이번 조치가 “불법적”이라며 “이런 보복은 하버드 공동체와 미국에 심각한 해를 끼치고 하버드의 학문과 연구 사명을 훼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당장 학업과 미국 체류 자격을 위협받게된 하버드대 유학생들은 큰 불안을 떠 안게 됐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 등 주요 사립대학의 반유대주의 부실 대응 등을 문제삼으며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 종료, 학생 및 교직원에 대한 감사 등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하버드는 법적 권한을 넘어서고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거부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중순 기준 26억5000만 달러(약 3조6700억원) 상당의 연방 보조금을 삭감하고, 대학 면세 혜택 폐지까지 언급하며 압박했고 하버드대는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