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 보냈다. 2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고(故) 김문기와의 ‘골프 발언’과 ‘백현동 국토부 협박 발언’을 유죄로 뒤집었다. 이에 따라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대선 기간에 재부상하게 됐다.
대법원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정에서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중 10명의 다수 의견으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한다”고 선고했다.
대법관은 무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또 서경환·신숙희·박영재·이숙연·마용주 대법관은 다수 의견에 대해, 이흥구 대법관은 무죄 취지 반대 의견에 대해 보충 의견을 밝혔다고 조희대 대법원장은 전했다.
김문기 골프 의혹 사진에 “조작한 것” 발언, 유죄 판단
이 후보는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방송사 인터뷰와 국정감사 등에서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의혹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아 왔다.
이 중 앞선 1·2심의 판단이 갈렸던 쟁점 중 하나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의 관계와 관한 소위 ‘골프 발언’이다. 이 후보는 김 처장과 골프를 친 적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사진에 대해 ‘조작한 거죠’라 했다.
지난 2021년 12월 29일 한 종합편성채널 방송에서 나온 이 발언을 두고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로 판단했는데 대법원 다수의견은 2심의 판단이 법리를 오해했다고 봤다.
조 대법원장은 “피고인과 김문기의 골프 등 행위는 당시 유동규를 포함한 4인이 장시간 함께한 사교적 교류 행위”라며 “피고인-김문기 관계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선거인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독자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식에 대한 보조적 논고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2심)은 공소사실의 대상을 오해하고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조작했다’는 발언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하고, ‘교유행위’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라고 판단한 1심의 논리와 궤를 같이 하는 판단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 후보의 ‘조작’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이) ‘피고인이 골프를 친 것처럼 조작한 것이다’라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피고인은 김문기 등과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대법, ‘국토부 협박’ 백현동 발언도 “의견표명 아니다”
2심은 1심과 달리 이 후보가 2021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했던 소위 ‘백현동 발언’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는데, 대법원은 이 또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이를 뒤집었다.
문제가 됐던 백현동 발언은 당시에 나왔던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법)상 의무조항에 근거한 용도지역 변경 요구를 받고 불가피하게 부지를 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했다고 한 발언 ▲국토교통부가 용도변경 안 해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는 발언을 뜻한다.
조 대법원장은 “단순히 국토부의 압박과 협박을 받았다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표현이 아니다”며 “패널을 제시까지 하고 구체적 사실을 포함하는 진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용도지역 상향은 성남시가 자체적 판단에 따라 추진한 것이었고 용도지역 상향 단계에서 국토부가 성남시에 의무 조항을 들어 압박한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2심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지난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형수 강제 입원’ 발언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판례 등을 근거로 들어 백현동 발언을 무죄로 판단했다. 발언의 전체적 의미를 고려했을 때 ‘사실의 공표’라 볼 수 없고 ‘의견 표명’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백현동 발언에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의 공표”라며 “2심은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국토부의 혁신도시법 제43조 제6항의 의무 조항에 의한 압박과 이 의무 조항에 따르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 부분을 도외시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선 출마 일단 가능하지만…파기환송심 진행
이날 대법 판결로 이 후보가 당장 대선 출마길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 판결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법은 이 후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고, 서울고법은 배당 절차를 다시 밟아 재판부를 정한 뒤 파기환송심을 진행하게 된다.
앞서 2심에서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배당에서 제외된다. 나아가 대법이 법리 해석을 잘못 했다는 유죄 취지로 판단한 만큼, 이 후보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 일반적 관측이다.
만일 대선(6월 3일) 전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량이 확정되면 그 때 대선 출마 자격을 상실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를 고려했을 때 물리적으로 한 달 안에 결론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의 선거운동에 큰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대선에 출마할 자격이 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이 후보 변호인들은 이날 선고 후 입장을 묻는 말에 “일단 전부 다 납득할 수 없는데 생각을 좀 정리하겠다”며 “판례와 상식 밖이어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