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의 무관 탈출을 이끈 ‘캡틴’ 손흥민이 자신을 ‘레전드’라 부르겠다며 웃었다.
토트넘은 21일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잉글랜드)와의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전반 42분에 터진 브레넌 존슨의 결승골로 1-0 승리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 만에 공식 대회 무관에서 벗어났다.
아울러 1971~1972시즌 유로파리그 전신인 UEFA컵 초대 챔피언에 올랐던 토트넘은 1983~1984시즌 이후 41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3전 4기’ 끝에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린 손흥민은 경기 후 TNT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한국인으로서 정말 자랑스럽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리춤에 태극기를 두른 손흥민은 감격에 겨운 듯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2010년 함부르크에서 프로에 데뷔한 손흥민은 레버쿠젠(독일)을 거쳐 2015년부터 토트넘에서 뛰었으나 프로에서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었다.

2016~2017시즌에는 토트넘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위에 그쳤고, 2018~2019시즌 UCL 결승에선 리버풀(잉글랜드)에 져 우승을 놓쳤다. 또 2020~2021시즌 카라바오컵(리그컵) 결승에서도 맨체스터 시티를 넘지 못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UEL 우승으로 마침내 프로 커리어에 우승 타이틀을 추가하게 됐다.
이 대회 전까지 손흥민의 유일한 우승 경력은 국가대표로 나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유일했다.
축구 통계전문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손흥민은 프로 데뷔 후 619경기를 뛰었고, 토트넘에서만 454경기를 소화한 뒤 끝에 첫 트로피에 입맞춤했다.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손흥민은 토트넘이 1-0 앞선 후반 22분 히샤를리송 대신 교체로 투입됐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수비에 헌신하며 토트넘 우승에 일조했다.
방송 진행자가 ”이제 토트넘의 레전드가 됐나요“”라고 묻자 손흥민은 “네! 레전드라고 부르겠다. 딱 오늘만”이라며 첫 우승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과거 손흥민은 토트넘에 트로피를 안기기 전까진 자신을 레전드라 부를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17년 간 아무도 하지 못했던 걸 놀라운 선수들과 해냈다”며 “항상 꿈꿔왔던 순간이 오늘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리그 20개 팀 중 17위에 처져 있다. 이는 1992년 EPL 출범 후 가장 낮았던 15위보다 안 좋은 성적이다.
손흥민은 “시즌 전체를 돌아보면 항상 힘든 순간이 있었지만, 언제나 선수들과 함께 이겨냈다”고 돌아봤다.
토트넘에서만 3차례 준우승의 아픔을 맛 본 그는 “정말 간절히 원했고, 지난 일주일 동안 매일 이 경기를 꿈꿨다”며 “마침내 해냈고, 이제 편하게 잠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을 절대 잊을 수 없는 날로 만들고 싶다”며 “내일 비행기를 놓칠지도 모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새벽 시간 자신을 응원해 준 한국 팬들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손흥민은 “한국인으로서 정말 자랑스럽고,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어서 기쁘다”며 “한국 시간으로 새벽 4시부터 가족처럼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UCL)에 나서게 된 그는 “그곳은 항상 세계 최고의 팀들과 겨룰 수 있는 무대라 정말 기대된다.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