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이 수년 만에 처음으로 매수자 중심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레드핀이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4월 현재 매도자 수가 매수자보다 약 49만 명 많아 시장의 힘이 뚜렷이 구매자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미국 전역에서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약 34% 더 많은 상황이라며, 이는 2013년 이후 처음으로 구매 수요가 이토록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일시적 거래 정지기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구매 수요다.
버크셔 해서웨이 홈서비스의 제니 이즈미 에이전트는 “그동안 극심한 매물 부족으로 인해 집을 사려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반전됐다”며 “매물은 늘었지만 매수자들은 여전히 신중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경쟁 완화가 확인되고 있다. 과거에는 다수의 오퍼가 몰려 호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일이 흔했지만, 이제는 가격 인하나 계약 조건 양보가 매도자의 일상적인 대응으로 바뀌었다.
레드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사드 칸은 “미국 주택시장의 힘의 균형이 바이어 쪽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많은 셀러들이 아직 이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변화는 2023년 말 기준금리 급등이 본격적인 방아쇠가 됐다.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가 8%에 근접, 2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었다. 2025년 5월 현재 금리는 다시 6.89%로 반등세다.
그 결과, 기존 주택 거래량은 지난 3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특히 4월 거래량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레드핀은 4월 기준 미국 전역에 190만 명의 매도자와 150만 명의 매수 희망자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불과 2년 전인 2023년에는 구매자가 매도자보다 5.3% 더 많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지금이 주택 구매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제니 이즈미 중개인과 제넷 루이스 마예스 대출 담당자는 “많은 이들이 금리 하락이나 가격 폭락만을 기다리지만, 이는 비현실적인 기대”라고 강조했다.
루이스 마예스는 “지금의 시장과 금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주택 구입을 위한 실질적인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전문가는 LA시를 비롯한 정부 및 지역 주택 구매 지원 프로그램의 적극적인 활용을 권장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계약금과 클로징 비용 일부를 지원해 실질적인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한편 오는 6월 21일에는 페이스(FACE) 주최의 주택 박람회가 열릴 예정이다. 행사에서는 다양한 대출 및 보조금 정보와 함께 직접 상담 기회도 제공될 예정이라, 신규 주택 구매자들에게는 실질적인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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