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시 가격 믿고 샀다가 정가 결제…물가 위기 속 신뢰 깨져”
미 전국 최대 식료품 체인 크로거(Kroger)와 그 계열 마켓들이 할인 가격이 표시된 상품을 실제로는 정가에 판매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인돼 소비자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남가주 한인들이 자주 찾는 랄프스(Ralphs) 매장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돼 한인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소비자단체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s)는 가디언(The Guardian), 푸드앤드환경보도네트워크(FERN)와 함께 전국 14개 주와 워싱턴DC의 크로거 및 계열사 26개 매장에서 수개월간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대상에는 프레드 마이어(Fred Meyer), 프라이스(Fry’s), 해리스 티터(Harris Teeter), 랄프스(Ralphs) 등이 포함됐다.
“세일 가격인 줄 알고 샀는데 정가 결제”…평균 18.4% 초과 지불
컨슈머리포트 등의 조사 결과, 총 150개 이상의 품목에서 만료된 할인 라벨이 제거되지 않은 채 상품에 부착돼 있었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세일로 오인한 뒤 실제로는 정가에 결제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 중 3분의 1은 10일 이상 지난 할인 라벨이었고, 일부는 90일 이상 지난 라벨도 확인됐다.
평균 초과 지불 금액은 1.70달러, 비율로는 약 18.4%에 달했으며, 오류가 확인된 품목은 체리오스 시리얼, 네스카페 커피, 뮤시넥스 감기약, 소고기, 연어, 반려동물 사료 등 생활용품이 다수 포함됐다.
콜로라도주 크로거 매장 노동자들은 단체협상 과정에서 “가격표 오류는 수년째 반복돼 온 문제이며, 회사도 이를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오하이오, 유타 등에서는 크로거를 상대로 한 소비자 집단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주 정부는 높은 가격표 오류율을 지적해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비영리 법률단체 ‘Towards Justice’의 니나 디살보 정책국장은 “이처럼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가격 오류는 연방법 및 주 소비자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정확한 정보 제공은 기업의 기본 책무”라고 밝혔다.
“계산 후 확인하지 않으면 피해는 소비자 몫”
컨슈머리포트는 “소비자들이 가격 오류를 직원에게 지적할 경우 대부분 신속하게 수정되지만, 대다수는 이를 눈치채지 못한 채 정가로 결제하고 매장을 떠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단체들은 “진열대 표시와 계산된 가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계산 후 영수증을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할인 라벨이 붙어 있더라도 결제 시 시스템상 세일이 끝났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스스로 확인하고 대응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크로거 측 “거래 중 일부일 뿐…광범위한 문제는 과장”
컨슈머 리포트가 지적한 논란에 대해 크로거 측은 “우리는 매주 수백만 개의 품목을 점검하고 있으며, 조사에서 인용된 사례는 수십억 건의 거래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어떠한 오류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광범위한 문제’라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체계적인 가격 점검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들은 “할인으로 인식하게 만든 표시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 정가를 결제하게 되는 구조는 기업이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며, 시스템 개선과 책임 인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