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튀르키예 남동부 디야르바르크주 리제(Lice) 마을에서 경찰이 압수한 마리화나 20톤을 마을 인근 공터에서 소각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환각 증세 피해가 발생했다.
현지 언론 튀르키예투데이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8일(현지시간) 마약 단속 작전으로 압수한 마리화나를 공개 소각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경찰은 소각 직전, 마리화나 더미를 바닥에 ‘Lice’라는 마을 이름 모양으로 배열해 점화하는 장면까지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는 지역 전체를 혼란에 빠뜨렸다. 소각 이후 마리화나 연기가 며칠간 마을을 덮쳤고, 약 2만5000명의 주민들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했다. 주민들은 창문을 닫은 채 실내에 머물렀지만, 연기의 농도는 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주민들이 두통과 어지럼증, 메스꺼움은 물론 환각 증세까지 겪었으며, 일부 어린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한 주민은 “며칠째 문을 열지도 못하고 아이들이 계속 아파서 병원에 데리고 가야 했다”고 현지 매체에 토로했다.
비영리 마약 중독 예방단체 ‘예실 일드즈 협회(Yeşil Yıldız Association)’ 회장은 “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비전문적이고 무책임한 처리 방식”이라며 “이후에는 연기 필터가 갖춰진 전용 소각 시설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에 소각된 마리화나는 2023~2024년간의 대규모 마약 단속 작전에서 압수된 것으로, 시장가로 약 100억 튀르키예 리라(약 3600억원)에 달한다.
당국의 무책임한 대응이 되레 주민들을 ‘불법 약물 흡입’의 피해자로 만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