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갱단 추방에 ‘적성국 국민법'(Alien Enemies Act, AEA)을 적용하는 건 권한을 넘어선 위법이라며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1일 CNN 등에 따르면 페르난도 로드리게스 텍사스 남부지방법원 판사는 AEA를 적용해 베네수엘라 갱단 ‘트렌 데 아라과’ 조직원을 신속 추방하는 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로드리게스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는) AEA에 근거해 베네수엘라 외국인들을 구금하거나 미국 내 이송, 국외로 추방할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며 “선언문에 근거해 이를 수행할 권한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통령은 외국 국가나 정부가 미국에 대한 침공이나 약탈적 침입을 위협 및 저질렀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뒤 구금이나 추방 대상이 되는 외국인 적대자를 식별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또 “대통령이 AEA를 발동할 조건을 일방적으로 정의하고 그 조건이 존재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걸 허용한다면, AEA 하에서 행정부 권한에 대한 모든 제한을 없애고 법원이 법령을 해석해 정부 관료가 범위를 초과했는지 판단하는 전통적 역할이 박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은 지난 3월 AEA에 따라 엘살바도르 테러리스트 수감센터(CECOT)로 추방될 위기에 처하자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CECOT는 ‘제2의 관타나모’로 불리는 악명 높은 수용시설이다.
이번 판단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자 추방에 AEA를 적용하는 데 대한 첫 번째 판단이다.
AEA는 1798년 제정된 법으로, 대통령이 전쟁 중임을 선언하면 이민법이나 형법에 따라 보호받는 외국인을 구금 및 추방할 수 있는 특별한 권한을 부여한다.
미국 역사상 1812년 미영 전쟁, 제1차 대전, 제2차 대전 등 세 차례만 발동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한 갱단에게 침략당하고 있으며, 정부가 그런 갱단 멤버들을 미국에서 추방할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AEA에 따라 추방이 결정된 이들에게 충분한 통지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민자들이 법적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다만 이민자 추방에 해당 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판단은 하지 않았다.
소송을 주도한 리 겔레언트 미국시민자유연합 변호사는 “전시 권한이 평화 시 사용될 수 있는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명확히 판결한 첫 법원”이라며 “그 결론은 해당 권한이 평화 시에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콜로라도, 펜실베이니아, 네바다 등에서도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