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우크라이나 전역 점령을 언급하며 서방의 군사지원 중단을 촉구했다.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륙 공습 중단을 한목소리로 촉구하는 가운데, 오히려 완충지대(buffer zone)를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넓힐 수 있다며 강공을 이어간 것이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25일(현지 시간) 늦은 오후 텔레그램에 “‘반데라(2차세계대전 당시 우크라이나의 나치 부역 인종주의자) 정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 계속된다면 완충지대는 이런 모습이 될 수도 있다”고 적었다.
그는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영토의 사실상 전역을 완충지대로 표기한 지도를 첨부했다.
크름반도와 동남부 4개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은 러시아 영토로 표기하고, 서쪽 끝 폴란드 접경지역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전역은 완충지대로 나타냈다.
완충지대란 적의 공격을 조기에 탐지하고 침투를 지연시킬 수 있는 구역을 뜻한다. 러시아는 쿠르스크·벨고로드와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에서 완충지대 조성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역 완충지대화가 현실적인 주장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 너머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정면 대결을 불사할 뜻을 보임으로써 서방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25일 러시아가 키이우 등 전국 각지를 대대적으로 공습해 최소 1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우크라이나에 한층 심대한 고통을 주고 우크라이나를 없애버리고자 하는 러시아의 의지가 다시 드러났다”며 “국제사회가 최대로 강력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키스 켈로그 미국 우크라이나·러시아특사도 “밤에 집에 있던 여성, 어린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것은 무고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네바평화의정서를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라며 “살인을 멈추고 지금 휴전하라”고 힘을 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25일 “푸틴을 오래 알았고 늘 잘 지냈지만, 그는 도시로 로켓을 발사하고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난 이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며 대러 추가 제재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총리와 대통령을 역임한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푸틴 정권의 2인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국방장관을 지낸 세르게이 쇼이구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함께 대(對)서방 강경 메시지를 낼 때 주로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