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가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가톨릭 내 보수파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성향 정책을 비판하며 세몰이에 나섰다.
폴리티코는 1일 “강경 보수 가톨릭 신도들은 다음 교황이 자신들의 세계관에 더 부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보수주의자들은 동성결혼과 이혼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입장, 이민자 옹호, 그리고 중국의 가톨릭 주교 임명에 발언권을 갖게 한 협정에 분노했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 수일 후 소집된 추기경 총회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공개적 비판이 다수 나왔다.
보수파로 분류되는 조셉 젠 추기경(홍콩)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교황 자문 회의체인 ‘시노드(Synod)’에 성직자뿐 아니라 평신도를 참여시켰던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93세인 젠 추기경은 콘클라베 참석자는 아니다.
베니아미노 스텔라 추기경(이탈리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모나 브람빌라 수녀를 사상 최초로 교황청 장관에 임명한 데 대해 “교회의 오랜 전통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SNS)상에는 개혁 성향 주요 후보군인 루이스 안토니아 타글레 추기경(필리핀)이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봐(Imagine there’s no heaven)’라는 가사가 있는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을 부르는 2019년 영상이 화제가 됐다.
다만 타글레 추기경은 해당 문구를 빼고 노래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일간 코레에레델레세라는 이것이 타글레 추기경 교황 선출을 막기 위한 보수주의 측의 공격일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의 가톨릭 보수파가 콘클라베에 영향력을 미치려 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폴리티코는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전부터, 자금력이 강한 미국 기반 보수적 가톨릭 단체들이 극우 정치인들과 협력해 가톨릭 교리와 민족주의를 결합해 홍보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가톨릭 고위 관계자는 ‘바티칸이 외부 자금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차기 교황 선출은 미국의 부유한 우익 기부자들의 영향을 받기 쉬울 수 있다”며 이 문제가 추기경 총회에서 거론됐다고 폴리티코에 전했다.
한편 교황 선출권이 있는 80세 미만 추기경 135명(2명은 건강 문제로 콘클라베 불참) 중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추기경이 108명(80%)에 달한다는 점에서 보수파의 교황직 차지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도 많다.
보수파 내 확고한 리더십을 구축한 주자도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정면으로 맞섰던 조지 펠 추기경이 2023년 선종한 뒤로는 확실한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강경파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콘클라베 표 계산을 고려하면 다음 교황이 자기들 중 한 명이 될 것이라는 믿음은 별로 없다”고 했다.
다만 더타임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추기경 중 일부는 보수파였고, (자신의) 후임자에게 투표할 추기경 중 상당수가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 되도록 했다”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