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정책으로 인한 물가 급등 가능성을 인정하며 국민들이 지출을 줄여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억만장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 희생을 강요하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6일 워싱턴포스트(WP), 더힐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메시지에서 관세 정책 관련 태세를 전환해 국민들에게 희생을 주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NBC ‘밋 더 프레스’와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인형을 30개씩이나 가질 필요는 없다. 3개면 충분하다”며 “연필도 250자루나 필요하지 않다. 5개면 된다”고 발언했다.
물가 상승으로 생필품 가격이 비싸지면 지출을 줄이면 된다는 취지다. 과소비하는 생활 습관을 바꿔, 값싼 중국산 제품을 쓰지 말자고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경제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낙관적인 메시지로 유권자들을 설득해 온 점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발언이다.
트럼프 1기 부통령을 지낸 마이크 펜스의 오랜 측근 마크 쇼트는 “(이번 발언은) 큰 공감을 얻지 못할 것 같다”며 “대통령은 암호화폐로 10억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국민들에겐 아이들 장난감과 제품 구매를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에서 수석 경제학자로 활동한 더글러스 홀츠-이킨도 “인기 없는 정책에 대한 태세 전환”이라며 “국민들이 너무 물질주의적이라고 말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참모가 부유층인 만큼 국민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건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재러드 번스타인은 “대다수 미국인에겐 정의할 수도 달성 가능하지도 않은 목표를 위해 생활 수준을 낮추라고 말하는 억만장자로 보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들에게 소비를 줄이라면서 동시에 관세를 협상 도구로 사용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있다.
노동경제학자 캐스린 에드워즈는 “(관세가) 단순히 협상 전략이라면 소비자에게 더 좋은 가격을 얻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반면 국내 생산이 진짜 목표라면 협상은 더 이상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번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강하게 비판하며 경제 공약을 전면에 내걸었는데, 취임 100일 만에 문제가 악화한 셈이다.
WP/ABC뉴스/입소스가 지난달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60% 넘는 응답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해 부정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한 대니얼 호르눙은 “미국에는 비싼 물건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며, 저가 상품에 의존하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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