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한 아내와 두 자녀 홀로 남겨져… 방글라데시 출신 이민자 추방 위기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는 34세의 남가주 아버지 모 라만(Mo Rahman)이 이민세관단속국(ICE)에 구금되면서, 지역사회가 그의 석방과 체류를 위한 연대에 나섰다.
라만은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네 살 때 가족과 함께 관광 비자로 미국에 입국해 정치적 혼란을 이유로 망명을 신청했지만, 1997년 추방 명령을 받고 2008년 일시 구금됐다. 이후 그는 정부의 감독 아래 석방되어 수년간 성실히 ICE에 출석하며 법적 체류 자격을 얻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지난 5월 7일, 정기 출석차 산타아나 ICE 사무소를 방문한 라만은 별다른 고지 없이 체포돼 아델란토 수용시설로 이송됐다.
그의 아내 아샨티 마이너(Ashanti Minor)는 “그날은 제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날이었다”며 “남편은 범죄 기록도 없고, 우리는 수년간 변호사와 함께 절차를 밟아왔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현재 마이너는 임신 중이며 두 자녀를 홀로 돌보고 있다. “남편 없이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고통스럽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나라로 삶을 옮겨야 한다는 생각은 더더욱 무섭다”고 토로했다.
라만은 “그곳은 제게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며 “집도, 가족도, 언어도 없다. 삶이 없는 곳으로 돌아가라는 것은 잔인하다”고 말했다.
그의 친구 후안 아타차과는 “라만은 체포 당시 권리에 대한 고지도 받지 못했고, 휴대전화와 소지품도 압수당했다”며 절차적 부당성을 주장했다.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지인들은 라만의 석방과 체류 자격 확보를 위한 법적·공공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라만의 가족 중 일부는 이미 합법 체류 자격을 얻은 상태이며, 변호인은 긴급 체류 요청서를 이민항소위원회에 제출한 상태다.
라만은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단지 신분을 조정하려는 이민자일 뿐”이라며, 자신과 같은 사례가 더 이상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