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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내륙 후방의 공군 기지를 드론으로 공격해 41대의 항공기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을 발사하는 수단인 폭격기 전력 자체를 제거함으로써 러시아군의 자국 내륙 공습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의 공격으로 풀이된다.
AP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우크라이나군이 국경에서 4500㎞ 떨어진 이르쿠츠크 벨라야 비행장, 520㎞ 떨어진 랴잔 댜길레보 공군기지 등 네 곳을 공격하는 ‘거미줄(spiderweb)’ 작전을 감행했다고 1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SBU는 이날 작전으로 Tu-95, Tu-22 전략폭격기 등 러시아의 공대지 순항미사일 운용기(carrier)의 34%가 작동 불능 상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 1기도 파괴했다고 밝혔다.
영국의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러시아는 Tu-95M 58대, Tu-22M3 54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몇 대가 파괴됐는지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았으나 일정 수준 이상의 피해는 확실시된다. 러시아 국방부는 4개 기지에 대한 ‘테러 공격’으로 “여러 대의 항공기에 화재가 발생했다”고만 알렸다.
저스틴 브롱크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피해 규모 평가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러시아의 장거리 항공전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힌 것으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장거리 폭격기 편대에 전쟁 이후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번 작전으로 러시아군의 공대지 장거리 미사일 공격 위협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인디펜던트는 “Tu-95, Tu-22 등은 모두 우크라이나 도시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때 정기적으로 쓰이는 중폭격기”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이 자국 후방 영공에서 발사하는 장거리 미사일은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체계 등으로만 요격이 가능하다.
그러나 패트리엇 미사일은 제한돼 있고 러시아군은 값싼 드론 편대를 앞세워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교란시킨 뒤 후방의 폭격기로 미사일 공격을 가하는 전술을 쓰기 때문에, 위협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내륙의 폭격기 기지를 직접 타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지 바로스 미국 전쟁연구소(ISW) 러시아 전문 연구원은 “항공기를 무력화시키면 러시아의 합동 공습 능력이 약해진다”며 “‘화살을 빼앗는 대신 궁수를 죽이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비유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공격으로 러시아군 공습 역량을 약화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하는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완벽하게 준비된 공격”이라며 “역사 교과서에 실릴 것”이라고 했다.
SBU에 따르면 Tu-95와 Tu-22 폭격기는 소련이 1950년대부터 사용해온 구형 기종으로 현재는 생산이 중단됐다. WSJ는 “핵전력과 우크라이나 공격에 필수적인 장거리 항공기 수십 대를 잃으면 러시아 군사력에 심각한 타격”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지원 없이 자국의 단거리 드론전력만 사용해서 작전을 성공적으로 펼쳤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서방은 최근까지 우크라이나군이 서방 지원 장거리 무기체계로 러시아 내륙을 공격하는 것을 금지해왔는데, 이를 어기지 않고도 러시아군 공격 원점 제압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키이우는 러시아 전투기가 우크라이나 도시를 매일 폭격하는 것을 저지하지 못해 탄식해왔다. 파트너국들이 러시아 내 공격에 서방 무기 사용을 제한했기 때문”이라며 “일요일(1일) 작전은 우크라이나가 자체 무기로 이제까지 도달할 수 없던 목표물을 타격하는 방법을 찾아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SBU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젤렌스키 대통령 직접 지휘 하에 18개월간 준비해온 장기 작전이었으나, CNN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사전에 공유받지 못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전에 없는 수준의 정교함을 보여준 공격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