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자리는 당신 인생에서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이 문장이 입에서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유시민이다. 김문수 대선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씨를 향한 이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의 인격, 아니 인격 파탄 상태를 가감 없이 드러낸 언어 폭력이다.
유시민은 설 씨의 학력과 노동운동 경력을 깔보며, “공중에 발이 떠 있다”, “김문수와 결혼해서 고양되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서 우리는 낡은 기득권보다도 더 교활하고 위험한 독선, 즉 계급적 독선의 전형을 본다. 고졸이자 노동운동가 출신인 설 씨가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가 된 것이 “감당할 수 없는 자리”라는 식의 조롱은, 결국 학력·계급으로 인간의 가치를 재단하는 유시민의 오만한 세계관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유시민이 지금까지 말해온 ‘진보’, ‘민주주의’, ‘평등’이라는 단어에 진정성이 있었는가? 그는 지금도 그 말을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는가?
그가 설난영 씨를 향해 퍼부은 말 한마디 한마디는, 바로 그 자신이 수십 년간 팔아온 가치들을 뿌리째 부정하는 자백이었다. ‘
약자와 함께하겠다’던 사람의 입에서 ‘너는 그 자리에 설 자격이 없다’는 말이 나왔을 때, 우리는 그의 정체성을 다시 정의할 수밖에 없다.
그는 스스로 ‘지식인’이라 불렀고, ‘진보 정치인’이라 자처했으며, ‘글 쓰는 전직 장관’이라는 간판을 앞세워 방송과 출판계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그의 말과 글은 늘 그 자신이 가장 싫어한다고 말하던 기득권적 오만과 권위주의의 언어로 가득했다.
약자를 위한다면서 스스로는 항상 그 위에 군림했고, 서민의 고통을 대변한다며 정작 그 고통을 이해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했다.
그가 설 씨를 비하한 것은 단순한 비판이 아니다. 그것은 소시오패스적 언행, 즉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채 오로지 자신의 지적 우월감을 과시하려는 냉소적 조롱이다. 상대방이 여성이고, 고졸이며, 노동운동 출신이라면 더욱 좋다. 유시민은 항상 그런 대상에게 말끝마다 혐오와 조롱을 던지며 쾌감을 느껴왔다.
그는 평등을 말하지만 사람을 위계로 나눈다.
그는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반대편 목소리는 비웃는다.
그는 진보를 말하지만, 가장 보수적이고 기득권적인 방식으로 타인을 재단한다.
유시민은 더 이상 ‘진보’도, ‘지식인’도 아니다. 그는 타인의 인격을 유린하는 데 익숙한, 냉소적이고 비열한 조롱꾼일 뿐이다.
그의 발언은 단지 설난영 씨 한 사람에 대한 조롱이 아니다. 그것은 이 사회에서 여전히 ‘고졸’이라 불리며 차별받고, ‘여성’이라서 무시당하고, ‘노동자’라는 이유로 깎아내려지는 수많은 이들을 향한 집단적 모욕이다.
그런 유시민이 여전히 언론과 방송에서 ‘진보의 목소리’로 기능한다면, 그 자체가 이 사회의 도덕적 파산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는 이제 퇴장해야 한다. 더 이상 그 입에 민주주의와 진보, 노무현을 올리지 말아아한다.
퇴장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를 밀어내야 한다. 민주주의와 평등, 진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유시민 같은 위선자들의 가면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김상목 대표기자> editor@knews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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