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미 관세 실무 협상에서 미국 측이 한국의 ‘소고기 수입 제한’과 ‘쌀 고율관세 체제’ 등을 비관세장벽으로 지목하며 철폐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정부는 유관부처 합동 대응팀을 만들어 ‘국익을 최우선으로 한 협상’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비관세 요소들이 협상 테이블에 본격 오를 경우 ‘농업 민감 품목에 대한 개방 압박’이 심해질 수 있다며,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을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미국 측은 지난 20~22일(현지 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국장급 관세 기술 협의에서 우리 정부 측에 다수의 비관세장벽 해소를 촉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요구 대상에는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 ▲쌀 고율관세 체제 ▲수입차 배출가스 규제 ▲정밀지도 반출 제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전날(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관련 백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에 적시된 비관세 장벽 문제를 주요 의제로 들고 나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미국이 지난 3월 발표한 NTE 보고서에는 한국의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 규제’가 미국 상품과 서비스 수출을 막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규제는 2008년 ‘광우병 사태’로 불리는 대규모 ‘미국산 수입 재개 합의 반대’ 시위가 발생하면서 마련됐다.
당시 정부는 국민 불안과 수입 위생 조건을 고려해 ’30개월 미만 소고기’에 한해서만 수입을 허용하기로 미국과 합의한 바 있다. 이 조치는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쌀의 경우도 민감품목으로 지정돼 513%의 기본관세가 부과되고 있으며, 저율관세할당물량(TRQ) 40만8700t에 한해 5%의 저율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미국에 할당된 TRQ 물량은 13만2304t이다. 이를 초과할 경우 미국산 쌀에 513%에 달하는 고율 관세가 매겨진다는 의미다.
미국은 이 체제를 실질적인 수입 장벽으로 간주하고 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관세 조치 관련 발언에서 “한국은 수입쌀에 50~513%의 관세율을 부과한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서로 간의 관세가 대부분 철폐된 상황에서, 미국은 이 같은 비관세 요소를 통상 교섭의 새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쌀과 소고기처럼 민감도가 높은 농축산물에 대한 규제 완화가 향후 대미(對美) 협상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박석재 우석대 경영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통상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과는 FTA 체결로 서로 매기는 관세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이에 미국산 소고기나 쌀 등 비관세 요소를 걸고 넘어지며 관세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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