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단기 채권을 발행했다는 이른바 ‘홈플러스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홈플러스의 실소유주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이승학)는 17일 오후(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영국 런던에서 입국한 김병주 회장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 중이다.
김 회장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중 하나인 MBK파트너스를 설립한 인물이다. 하버드대와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하고 골드만삭스와 칼라일그룹을 거쳐, 2005년 MBK를 창립했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 대형 기업 인수를 주도해온 인물로, 국내에선 홈플러스, 코웨이, 대성산업가스 등 굵직한 인수 사례의 배후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김 회장이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이 예고된 상황에서도 기초자산유동화증권(ABSTB)을 발행하고 이를 시장에 판매한 과정을 주도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했고, 발행 당시 이미 위험 요소를 알고도 숨긴 혐의, 즉 사기성 부정거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시각이다.
검찰은 지난달 말 MBK파트너스 본사와 홈플러스, 관련 경영진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고, 이달 12일에는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도 강제수사 대상으로 포함했다.
이후 13일에는 홈플러스 정원휘 준법경영본부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했으며, 다음 날인 14일에는 김형석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장을 조사했다.
검찰은 조만간 김병주 회장을 비롯해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 등에 대해 직접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홈플러스 카드대금 ABSTB를 발행한 신영증권과, 이를 판매한 하나증권, 유진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은 홈플러스와 주요 경영진, 김광일 부회장 등을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금융당국도 즉각적인 조치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해당 사건을 긴급 조치 대상(패스트 트랙)으로 검찰에 통보했으며, 금융감독원도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가 사기성 부정 거래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회계 감리 및 MBK 검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향후 김 회장을 포함한 MBK 최고위 경영진이 ABSTB 발행 구조에 얼마나 깊숙이 개입했는지, 사전 리스크 인지 여부, 고의적 은폐 의사 등을 핵심 수사 포인트로 삼고 있다.
<박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