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미 서부 물류 거점인 로스앤젤레스(LA) 항만을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가 단행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145% 관세 여파로 LA항의 물동량이 급감했고, 현장에는 일감이 사라진 항만 노동자들의 한숨이 가득하다.
블룸버그 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주 LA항에 입항한 컨테이너 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약 3분의 1 줄었다. 대형 선박의 입항 취소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달에만 LA항 입항을 예정했던 컨테이너선 중 5분의 1 이상이 계획을 철회했으며, 이 수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컨테이너 크레인은 멈춰 섰고, 정박지는 텅 비었다. WP는 “크레인 수십 대가 하늘을 향한 채 멍하니 서 있었다”며 현장 상황을 전했다. LA항 물동량 감소 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중 간 관세 보복전은 태평양 횡단 무역 흐름 자체를 급격히 둔화시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 역시 이에 맞서 세 자릿수 보복 관세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LA항의 4월 컨테이너 수입은 일시적으로 5.5% 늘었지만, 이달 들어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WP는 “미국 내 최대 무역항이 실질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피해는 항만 현장부터 가시화되고 있다. 일거리가 줄면서 비정규직 항만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하역작업 인력은 10명씩 50개 조로 구성됐으나, 이달 9일 기준 33개 조로 줄었다. 캘리포니아 남부 5개 카운티 인구 중 9명 중 1명이 항만 관련 물류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경제 충격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물류 정체는 LA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애틀, 휴스턴, 서배너, 볼티모어, 뉴욕 등 미국 전역 주요 항만도 물동량 감소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중국은 미국행 선적이 21% 감소했음에도, 지난 4월 전체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8.1%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미국 외 지역으로의 수출 다변화와 내수 회복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CNBC는 고율 관세 적용이 시작된 중국산 제품을 실은 대형 컨테이너선들이 최근 LA항과 롱비치항에 입항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선박은 총 1만2천여 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있으며, 이케아 가구, 스피도 수경, P&G 휴지, 삼성의 회로기판·전자레인지 부품, LG 가전제품, 레노버 컴퓨터 부품 등 다양한 품목이 포함돼 있다.
CNBC는 “경기둔화 우려 속에서도 일부 품목은 여전히 재고 보충이 필수적인 것으로 기업들은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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