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와 한국 정부 간 통상 협상의 본막이 올랐다. 정부가 상호관세 감면, 자동차·철강 등 품목관세 예외를 우선순위로 삼은 상황에서 향후 안보 의제 부상 등 변수에 이목이 쏠린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워싱턴DC를 방문, “동맹을 더욱 튼튼하게 하기 위한 논의를 하러 왔다”라고 밝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뒤따라 미국으로 출국하며 25% 자동차 관세 신속 해결 등을 협상 목표로 제시했다.
최 부총리와 안 장관의 방미로 한미 양국은 오는 7월 9일까지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앞두고 본격적인 협상 레이스를 시작하게 됐다. 미국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카운터 파트로 이번 협상에 임할 예정이다.
일단 한국 정부의 우선순위는 25%로 책정된 상호관세 감면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자동차·철강 등 품목관세 예외를 얻어내는 것이다. 무역수지 균형 및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투자, 조선업 분야 협력 등을 협상 지렛대로 사용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향후 실제 협상에서 여러 변수가 돌발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미국 측에서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주한미군 주둔 문제 등 안보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내밀 가능성이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한 뒤 SNS를 통해 무역·관세 외의 주제도 포괄 협상하는 ‘원스톱 쇼핑’을 거론했다.
아울러 지난주 일본과의 협상에서는 협상장에 직접 등장해 방위비 문제를 언급했다고 알려져 있다. 정부가 선례 차원에서 주시 중인 대일 협상에서 ‘통상·안보 패키지 협상’ 기조를 몸소 내비친 것이다.
미국과 동맹 관계인 한국과 일본은 안보 분야에서 대미 의존도가 높다. 이 때문에 통상과 안보 문제를 연계할 경우 협상에 있어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일단 정부는 두 사안을 분리 협상하는 투트랙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한미군과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시절부터 오랜 기간 집요하게 불만을 제기해 온 관심사다. 미국 측에서 협상 의제로 강력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안덕근 장관은 이와 관련해 “(앞서 협상이 이뤄진) 일본 상황을 잘 알고 있다”라며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중국 문제가 화두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각 교역 상대국의 대중국 거래 제한을 압박하기 위해 현재의 관세 협상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견제를 각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내고 “어떤 국가가 중국의 이익을 희생하는 대가로 (미국과의) 거래를 달성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라며 이 같은 합의가 이뤄질 경우 “대등하게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중국 문제가 화두에 오를 경우 중국과 미국을 나란히 1·2대 교역국으로 둔 한국의 부담은 상당히 커진다. 자칫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구도가 될 수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와 관련, 이날 아산정책연구원 행사에서 “역내 그 어떤 나라도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90일이라는 시한에 얽매여 졸속 합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과도기적 정국에서 차기 정부의 합의 이행 의지 및 여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이번 협상은 2+2 형식으로 24일 오전 8시(한국 시간 오후 9시)부터 1시간 가량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길지 않은 협상 시간 양국은 상호 관심사를 모색하는 탐색전을 벌일 전망이다. 통상과 안보를 아우르는 대미 협상 테이블에서 향후 한국 대표단이 어떻게 최선의 합의를 끌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