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9년 베벌리힐스 자택에서 친부모를 산탄총으로 살해해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메넨데스 형제가 35년 만에 가석방 기회를 얻게 됐다.
13일 NBC와 AP통신에 따르면, LA 카운티 수피리어법원 마이클 제시크 판사는 라일(57)·에릭 메넨데스(54) 형제에게 선고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50년 이상 종신형’으로 감형했다. 이에 따라 형제는 가석방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됐고, 최종 결정은 캘리포니아주 가석방위원회가 맡게 된다.
제시크 판사는 “그들이 석방돼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35년이면 충분히 복역했다고 생각한다”고 판시했다.
형제의 사촌 애너마리아 바랄트는 “가족 모두가 이들을 용서했고, 지금이 적절한 때라고 본다”고 증언했으며, 또 다른 사촌 타마라 구델도 “그들은 천 배는 달라졌다”고 말했다.
라일과 에릭은 범행 당시 각각 21세와 18세였으며, 범행 직후 부모가 자신들을 성적으로 학대했고 살해당할 것 같은 공포에 휩싸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부모 재산을 노린 계획범죄로 규정하고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학대 주장을 배척했다.
이 사건은 당시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고, 이후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로 재조명됐다. 특히 2023년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괴물: 메넨데스 형제 이야기>와, 보이그룹 메누도 출신 로이 로셀로가 피해 사실을 폭로한 다큐멘터리가 여론의 흐름을 바꿨다.
2023년 조지 개스콘 당시 LA 지방검사장은 재심을 청구했고, 보수 성향의 네이선 호크먼이 검사장으로 당선된 후 검찰은 이를 철회하려 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라일은 법원에 낸 진술서에서 “나는 부모를 살해했다. 변명도 정당화도 없다”며 참회의 뜻을 밝혔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