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가 1380원대에 재진입하며 반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재정 건전성 우려와 함께 일본과의 환율 협상으로 달러 약세가 나타나면서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세 협상에 따른 원화 절상 경계도 반영됐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는 전일 종가(1392.4원)보다 5.2원 내린 1387.2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해 11월 8일(1386.4원) 이후 최저치다.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1.2원 내린 1391.2원에 개장해 곧바로 낙폭을 키웠다. 장중 최고가는 1391.5원, 저가는 1384.2원이다.
최근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경기 균열 우려 여파로 이어지며 달러값이 떨어지고 있다. 과거 신용등급 하락은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지며 달러값을 높였지만, 이번에는 미국 재정 건전성 우려가 더해지며 약달러로 이어지고 있다.
미·일 환율 협상으로 엔화값 절상 기대가 높아진 점도 달러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은 20~22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G7 회의 기간 중 만나 환율을 주제로 회담에 나선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일본에 엔화 절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달러당 엔화값은 143엔대로 떨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지수(DXY)는 100선 아래로 떨어져 99선 중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국과 미국 간의 관세 협상도 원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관세 협상 중 원화 가치 절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경계가 커지면서다. 이달 초 대만의 경우, 미국이 환율 절상을 압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만 달러는 일시적으로 약 9%나 급등했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상호 관세 완화를 위한 제2차 실무 통상 협의를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시작했다. 협의는 22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이번 협상은 6월 2일 대통령 선거 전 마지막 협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지연은 원·달러 하방을 지지하는 재료다. 연방준비제도의 주요 인사들이 물가를 강조하면서다. 시카고 패드워치에서 시장의 6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일주일 전 91%에서 이날 95%로 올랐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20일(현지시간) 미네소타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영향을 과소평가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를 고려할 때는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0.91% 오른 2625.58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1.13% 오른 723.62에 마감했다. 코스피에서는 개인이 3444억 원어치를 팔아치웠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245억 원과 860억 원을 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