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전통 한옥마을 북촌 골목을 사족보행로봇이 주행하고 있다.
평지에서는 바퀴로, 계단과 경사에서는 다리로 움직이는 ‘복합형 이동 로봇’이다.
로봇이 스스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3차원(3D) 지도를 만들고 자신의 위치를 추정하며 움직인다.
이 로봇은 스위스 로봇 스타트업 ‘리버(RIVR, 구 ‘스위스마일’)’가 제작한 바퀴형 다리 로봇으로 위치를 찾는 데 네이버랩스의 공간지능 기술이 활용된다.
6일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랩스와 리버는 서울 북촌을 시작으로 국내 실외 공간 데이터를 확보하는 고정밀 3D 지도 제작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와 리버, 라스트마일 배송 시대 위해 ‘맞손’
양사가 북촌을 첫 연구지로 잡은 이유는 로봇 기반 라스트마일(물품이 목적지 도착까지의 마지막 단계) 배송 난도가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난도가 높은 장소에서 자율주행 로봇이 매핑과 측위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면 기술 상용화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
이동환 네이버랩스 비전 그룹 리더는 지난 2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북촌은 좁은 골목과 급경사, 불규칙한 계단 등이 많은, 로봇에게는 독특한 장소”라며 “리버 로봇에서 자체 수집한 데이터를 가지고 ‘아크아이(ARC eye, 네이버 고정밀 3D 실내·외 공간 매핑 및 측위 기술을 융합한 솔루션)’를 통해 매핑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양사가 로봇 기반 라스트마일 배송에 관심을 지닌 이유는 수요 때문이다. 마르코 비엘로닉 리버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대부분의 택배 트럭은 낮에 운행되는데 교통 혼잡이 심하다. 사람과 로봇이 함께 배송을 수행하거나 더 나아가 자율차-자율로봇 조합이 이뤄지면 낮 시간에 교통에 큰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야간 배송이 가능하도록 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배송 효율이 증가하고 인력 부담이 줄어들며 전반적인 배송 단가도 낮아진다”며 “비용이 줄어들면 더 빠르고 저렴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고객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밝혔다.
이 리더도 “(지상주차장을 없앤) 보행자 중심의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면서 로봇 배송 수요가 늘고 있다”며 “배송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지도·측위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버 로봇 눈이 되어준 네이버 ‘아크아이’
양사는 지난해 5월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스위스 취리히 주택가, 공사장 지역에서 네이버랩스 백팩 타입 매핑 장비 ‘T2B’를 통해 생성한 3차원 고정밀 지도 데이터(PCD)로 3D 공간지도를 제작해 리버 로봇 측위와 시뮬레이션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네이버랩스는 그동안 실내 로봇 위주로 적용됐던 아크아이 기술 사용 범위를 넓히고자 리버와 손잡았다. 네이버 제2사옥 ‘1784’에 있는 100여대의 실내 로봇이 서비스를 수행하는 데 이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이 리더는 “복잡한 실외 환경에서도 우리 기술이 적용 가능한지 검증이 필요했다”며 “복잡한 지형, 낮과 밤 변화, 계절 변화 등 다양한 조건 속에서도 아크아이가 디지털 트윈을 잘 만들어 리버 로봇이 잘 작동할 수 있는지, 측위 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지 검증하고자 리버와 협력했다”고 말했다.
리버도 디지털 트윈 기술이 뛰어난 네이버랩스가 이상적인 파트너였다. 비엘로닉 CEO는 “아크아이 도입으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는 데 많은 수작업을 줄였다”며 “로봇 측위가 더 정확해졌고 시뮬레이션이나 테스트용 데이터도 쉽게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리버는 이미 미국, 영국에서 물류사와의 제휴로 일부 지역에 로봇 기반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리버 자체 기술로 수행하고 있지만 수백, 수천대 규모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네이버랩스 기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 로봇이 라이다와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다. 향후 이 센서들로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고 네이버클라우드에 올려 자동으로 지도 데이터가 최적화·확장되는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이버 쇼핑에서 로봇 배송 볼 수 있을까
이 연구가 고도화될 때 네이버 배송 서비스에도 해당 로봇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네이버는 지난 3월 오늘배송, 내일배송, 일요배송, 희망일배송 등 배송 옵션을 확대했으며 최근에는 주문 시 1시간 안에 배달하는 이륜차 배송 기반 퀵커머스 시장도 진출하며 배송 품질을 강화하고 있다.
이 리더는 “리버와 같은 라스트마일 배송 로봇이 상용화되면 당연히 관심이 있다”며 “구체적 시점은 정해진 바 없으나 기술과 서비스가 준비되는 시점에서 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고 전망했다.
양사 공동 연구는 오는 11월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네이버랩스는 자사 비전 기술이 로봇뿐 아니라 스마트 안경 등 차세대 디바이스에도 지도와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인프라 역할을 제공하길 바라고 있다. 이 리더는 아크아이가 실내·외 어디서든 위치를 10~15㎝ 정밀도로 측정할 수 있게 도와준다며 기계의 눈과 GPS를 제공하는 핵심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버는 자사 로봇이 100만대 규모로 현장에 배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로봇이 물리적으로 문을 열고 다양한 지형을 넘는 것을 넘어 인터넷처럼 일상에 스며드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비엘로닉 CEO는 “우리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버튼 한 번’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돈을 편리하게 보내는 혁명을 경험했다”며 “버튼 하나로 물리적 공간에서도 전송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고 로보틱스가 그 미래를 실현하는 핵심 기술”이라고 강조했다.